말 많았던 제천시와 하버드 대학교의 협약식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로 평가됐다.

이번 협약서 논란의 요지는 말한마디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형식적인 일회성 행사에 살이 붙여져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

내용인 즉 이렇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지난 7월 평생학습차 미국방문에 나섰고, 돌아올쯤 황우성 씨와 만나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2017년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이하 한방엑스포)와 관련 서로 도움을 주자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이런 협약식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통상적인 행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시장은 시민들에게 좀 더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인지 강한 어필을 시작했다. 그것이 그만 화를 자초한 듯 싶다. 이 시장은 협약을 통해 MIT공대, 하버드 의대와 제천시, 유관대학교 한방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교류사업을 펼치자는 의견을 모았다며 시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특히 향후 천연물바이오산업의 핵심과제 실행에 적극적인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이 시장을 치켜 세우기까지 했다.

고작 10만 넘는 시에서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협약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이 시장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이 시장에게 대기업유치, 경제 활성화 등에 목말라 있던 터라 시민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곧바로 진행될 듯 싶었던 사업은 요지부동이고 심지어 엑스포 행사에 참가한다던 황우성 씨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시민들의 의구심에 발동이 걸렸다. 협약서에 직인이 없는 점, 협약서를 미리 작성한 후 체결했다는 등 다양한 의혹들이 난무했다.

사실여부를 위해 급기야 협약서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시민들이 이 시장에게 실망한 대목은 여기서 나온다. 협약서에 따르면 제천시와 황우성씨는 지난 9월 22~10월 10일(19일간)까지 충북도와 제천시가 공동 주최하는 한방엑스포의 성공 개최 협력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제천시는 협약기관 단체 회원을 홍보위원으로 위촉하고 홍보·마케팅 활동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행사기간 내 행사장 방문에 적극 참여 및 협조한다. 특히 이 협약은 서명일로부터 시작해 한방엑스포행사 종료 후 자동 소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협약서대로라면 엑스포 행사가 끝났기 때문에 모든 효력이 끝난 셈이다.

“엑스포를 개최하니 참석 한 번 해 달라”는 형식적인 협약서 한 장에 제천시민 모두를 환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협약식은 알맹이 없는 1회성 이벤트에 그쳤다는 게 시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거짓말을 되풀이 하다보면 진실을 얘기해도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내년 선거가 코 앞이다. 자칫 양치기 소년이 될까 우려스럽다.

제천 정봉길 기자 jb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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