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미호동 [1구간] 대청댐 제방길과 산책길 늦가을 정취 물씬
낙엽 레드카펫 거닐고 트릭아트 체험 등 즐길거리 다채

가을색 흠뻑 물든 대청댐 산책로
호반 물결 출렁, 발밑 낙엽 바스락
단풍 절정, 레드 카펫 깔아놓은 듯

 

대청댐 제방길 산책로를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1975년 착공해 1980년 완공된 대청댐으로 대청호라는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가 탄생했다. 대청댐으로 생긴 대청호는 충청의 젖줄이 됐다. 대청호는 단순하게 식수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즐길거리와 함께 먹거리를 제공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의 이목은 대청호로 집중되지만 대청댐에 대한 관심도 거둬선 안 된다. 대청댐 역시 다양한 재미를 갖고 있는 대전시민과 충청도민의 자랑이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 그리고 단풍길

가을이 떠나기 시작한 시기의 대청댐은 모든 색이 모인 무지개 같은 매력을 뽐낸다. 여름에 단연 돋보이는 침엽수림은 사시사철 푸름을 뽐내는 동시에 울긋불긋한 단풍은 이 시기 가장 아름다운 화장을 통해 강렬함을 표현한다. 바닥에선 새 삶을 위해 잠시 지상으로 내려온 은행 나뭇잎과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친 듯 바짝 마른 단풍잎이 가을이 끝나간다는 걸 알린다.

가을이 놀라 도망갈까 조심스러운 발길을 은행 나뭇잎과 단풍잎이 꾸며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를 위한 레드카펫이 아닌 겨울이 깰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는 우리를 모셔주는 낙엽으로 치장한 단풍길이다.

작은 바람에도 낙엽은 이리저리 몸이 흔들리지만 결국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사뿐히 즈려 밟힐 준비를 마친다. 낙엽의 단풍길을 걷다 보면 들리는 한창 건조해지기 시작한 날씨처럼 바싹 마른 잎의 부서짐이 슬프게도 울린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 무섭다고 할 정도로 슬픔은 곧 무뎌진다. 자연의 섭리라 억지로 이해하며 단풍길을 즐긴다.

단풍길 옆엔 날씨를 대변하듯 손길이 미쳐 닿지 않은 우거진 잡초가 말 안 듣는 우리네 어릴 적처럼 무성히도 자랐다. 봄이었으면 한창 단아하게 화장했을 꽃나무도 늙은 꼬부랑 할머니처럼 화장을 모두 지운 채 앙상하게 남아 부끄러운 알몸을 보이며 단풍길의 쓸쓸함을 배가한다. 모든 게 쓸쓸함 속에서 유독 단풍만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연명하듯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힘겨운 몸짓을 이어간다. 살고자 하는 의지처럼 그 색도 너무 붉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지긋이 그들의 질긴 생명에 박수를 보낸다.

가을이 가는 게 아쉬운 것처럼 길지 않은 단풍길의 끝에 도달하지 않고자 덩그러니 쓸쓸하게 남은 벤치에 앉는다. 이 시기 흔하디흔한 단풍길이지만 모든 감각을 연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가을의 냄새가, 단풍과 낙엽의 형형색색이, 차가운 듯 차갑지 않은 가을바람이 각각의 감각을 후벼 판다.

멈추고 싶어도 지나가는 시간처럼,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사랑처럼 가을 역시 기다려달라고 해도 기다리지 않는다. 저 멀리 떠나 걸 알기에 벤치에서 일어나 조금 밖에 남지 않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자 발걸음을 옮긴다. 아까와 같은 감각에 가을의 끝자락에 왔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대청호를 탄생시킨 대청댐

단풍길을 지나면 대청댐과 이어지는 넓은 터가 나온다. 넓은 터는 중구난방처럼 각기 자란 높이의 단풍나무가 지킨다. 높이도 다양해 단풍의 수해(樹海)라 할 정도로 적지 않은 단풍나무가 가을의 대청호를 한껏 꾸민다. 곧장 대청댐을 향하고 싶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고양이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추워지기 시작해서인지 이들은 한껏 움츠리고 행동을 최소화해 체온을 보온해서인지 다가가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고양이의 얼굴을 쓰다듬고자 하면 그때서야 흠칫 놀란 듯 움찔거리지만 그게 다다. 놀라는 척하고 다시 자리에 다리를 깔고 앉아 조용히 대청호를 향해 명상하듯 평온의 시간을 즐긴다. 단풍과 낙엽을 갖고 놀고 싶어 하는 새끼 고양이들만이 세상만사가 신기한 듯 열심히 돌아다닐 뿐이다.

대청댐 휴게소에서 만난 고양이.

단풍과 고양이를 뒤로하면 드디어 대청호를 탄생시킨 대청댐의 웅장한 모습이 단풍의 수해를 뚫고 드러난다. 대청댐의 우안은 충북 청주 상당구 문의면 덕유리, 좌안은 대전대덕구 미호동에 있다. 저수용량만 14억 9000만 ㎥에 달하고 발전소의 시설용량은 4만 5000㎾가 2기나 된다.

보조여수로의 방수로는 889m, 방류량은 초당 7584㎥에 달할 정도로 절대 작지 않은 크기다. 특히 완공된 1980년대의 대청댐은 금강수계 ‘최초’의 다목적댐이라 소개된 만큼 ‘최초’란 타이틀을 싹 쓸다시피 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시작점은 광활한 바다 같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같다. 탁 트인 시야로 업무에 지쳤던 눈의 피로가 날아간다. 뒤이어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대청호가 살아있음의 소리를 전달하며 귀를 간질인다.

대청댐을 내려오면 대청호를 바로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됐다. 산책길은 얼핏 보면 정말 심심하게 조성됐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대청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대청댐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완 달리 이곳에선 대청호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대청호를 어루만진 바람이 얼굴에 강타하면 젖줄의 향수를 끌고 와 코끝을 때린다. 산책로에선 내내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가을을 담은 대청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추운 듯 춥지 않은 바람이 조만간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대청댐 물문화관

산책로는 대청댐물문화관으로 이어진다. 대청댐과 산책로의 중간 높이다. 또 다른 대청호의 모습이다. 산책로에서처럼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대청댐에서처럼 트인 시야가 지레 겁먹게 해 쉽사리 손을 뻗쳐보기 힘들게 한다. 그저 휴대전화를 들고 올해 마지막 가을의 대청호 모습을 담느라 손만 바쁘다. 그러나 이내 손이 시려 휴대전화를 주머니 속에 넣어둔다. 단풍과 대청호에 취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게 된다는 사실을 잊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또 다른 비경을 갖고 곧 다가올 겨울이 달랠 걸 알기에 아쉬움의 감성을 억눌러본다.

평점★★★★☆

대청댐휴게소에서 출발해 대청댐을 둘러보는 길은 아기자기하게 즐길거리가 있다. 휴게소에서 여러 가지 간식거리를 즐길 수 있고 커피와 차 종류도 많다. 간식을 사면 귀신같이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간식 한 번 얻어먹어보겠다고 부리는 애교 아닌 애교를 즐기는 건 덤이다. 대청댐휴게소에서 계단을 이용해 대청댐물문화관으로 곧장 향해도 되지만 옆에 설치된 데크길을 이용하자. 낙엽이 한창 져 데크길이 예쁘게 꾸며졌다.

대청댐 인근으로 올라가면 대청댐물문화관 앞 바닥에 그려진 트릭아트도 즐겨보자. 육안보다 카메라렌즈를 통해 그림을 바라봐야 재밌다. 묘미는 서울남산타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물쇠다. 자물쇠를 구입해 연인의 이름 새겨 넣고 잘 걸어보자. 이름을 새겨 넣은 자물쇠가 풀리지 않으면 인연과 마지막 사랑까지 이룬다고 하지만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런데 소소한 재미다. 다만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보니 오랜 시간 머물기엔 부족하다.

글, 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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