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5년, 전국노숙인시설협회(이하 전노협)가 창립된 지도 5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막 한 텀이 지나가는 시점에 ‘노숙인 복지법 개정을 위한 정책진단과 과제’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토론회를 개최해 주신 양승조 보건복지상임위원장과 인재근 의원께 감사를 드립니다. 바라기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노숙인 복지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우리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노숙인 복지법은 노숙인 지원 관련기관, 단체들과 시민사회 진영에서 추진하던 것을 지난 2012년에 와서야 우여곡절 끝에 보건복지부가 정부입법으로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되는 시점부터 논란거리들이 많아 전면적인 개정요구 또한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저 또한 노숙인 복지법이 제정되는 해인 지난 2012년 설명회를 갖는 자리에서 노숙인 진료 당연 지정제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었지요. 그럼에도 당시 분위기는 우선 제정하고 보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지금까지 많은 흠결이 있음에도 그대로 시행돼 왔습니다. 이후 전노협에서는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노숙인 복지법 개정요구안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방법으로 개정을 위한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양승조 의원님을 통해 전노협 요구안 중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건복지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노협이 요구하는 개정안은 우리사회에서 노숙인이 누구인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미 발제자께서도 언급했지만 노숙인에 대한 개념규정을 낙인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보호할 대상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 요구는 단순히 노숙인에 대한 낙인적 관점을 벗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대상을 절대빈곤층, 한계계층으로 확대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는 노숙인 복지법이 눈에 보이는 노숙인만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을 넘어 구조적 모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회 밑바닥으로 추락하여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빈곤층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세워가자는 것입니다.

현행법에 보면 노숙인이라 함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상적으로 드러난 노숙인만을 정책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쪽방노숙인도 노숙인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은 현행법으로는 올바른 노숙인 정책을 세울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노숙인이란 명칭을 홈리스로 바꾸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단순히 거리에 있거나, 노숙인 시설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시원, 비닐하우스, 찜질방 등 주거취약계층을 다 포괄하여 우리사회의 빈민정책을 새롭게 세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복지부는 지난해 실시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5년 노숙인 복지 및 자립지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복지부는 노숙인 규모를 1만 1340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주거기본법에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최소주거기준을 설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주거 면적이나 방의 개수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화장실 등 시설을 단독 사용하지 못할 경우 미달 가구로 분류하는데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지난 2015년에 156만가구라고 합니다. 그중 고시원, 쪽방 등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가구만도 39만 가구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현행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되는 것이겠지요. 39만 가구와 쪽방주민 6192명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요?

노숙인은 한 개인의 사회 일탈 내지는 부적응으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실직과 빈곤으로 인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홈리스(Homeless)들입니다. 집을 잃어버린 Houseless가 아니라 사회적 지지망이 모두 해체된 Homeless인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아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적자생존이라는 사회구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토론회가 통해 눈에 보이는 노숙인을 넘어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노숙인 복지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샬롬. (노숙인 복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인사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