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규모가 연간 10억 원에 이르고 있지만 보상체계는 지역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해도 관할 지자체 예산으로는 부족한 만큼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충남연구원이 내놓은 ‘충남리포트 282호’를 보면 2013년부터 3년간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연간 10억 원 안팎이다. 신고기준으로 집계된 액수라는 점에서 실제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한다.

작물별로 벼, 사과, 채소류 등에서 피해가 크고 고라니, 멧돼지, 까치, 꿩 순으로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 포획된 야생동물 개체 수도 전체 4만 2729마리 중 고라니가 2만 1683마리(50.7%)로 가장 많다. 이어 까치(23.1%), 참새(5.7%), 꿩(4.7%), 멧돼지(2.4%), 청설모(2%) 순이었다.

3년간 누적피해액은 서산과 태안이 가장 컸다. 두 지역이 다른 곳보다 농경지 면적이 작다는 점을 들어 연구원은 서식 개체수에 비해 자연계 내 먹이가 부족하거나 포획으로 인한 이동유입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도내 모든 시·군에서 매년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상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15개 시·군 중 피해보상조례가 제정된 곳은 공주·천안·아산·보령·당진·서천 등 6곳뿐이고 나머지 9개 지역은 아예 조례조차 없다. 피해보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최근 들어선 특용작물이나 시설재배면적이 늘면서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으나 현행 보상액 한도는 최대 500만 원으로 한정돼 있다. 이를 웃도는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 부담으로 남는다. 농가에선 야생동물 보호정책으로 개체수가 늘어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옥식 책임연구원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보상 예산은 현재 국가 지원 없이 지자체 예산만으로 책정돼 한계가 명확할뿐더러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예산 확보조차 어렵다”며 “정부는 관련예산을 증액하거나 별도 기금을 조성하고 지자체는 보상금 지급절차 간소화와 시장가격을 반영한 현실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과제로는 야생동물 관리전문가 양성, 야생동물 개체군 조절·관리계획 수립이 제시됐다. 지자체의 자율적인 개체군 조절은 종의 절멸(絕滅)을 불러올 수 있고 야생동물이 이동하면 인근 지역에 피해가 전가되기 때문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급증하는 야생동물 개체수를 조절하려면 천적 복원과 함께 먹이자원 관리를 통해 환경수용력을 낮춰줘야 한다”며 “천적 복원이 어려울 경우 사냥과 같은 방법으로 적정 수를 구제(驅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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