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했다. TV에 남산타워가 나와 연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쓴 자물쇠를 걸어 놓는 게. 자물쇠가 끊어지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거나 하는 말도 유치하다고 했다. 겉으론 그랬다. 정확히는 그런 척이었다. 그런데 사실 속으론 ‘나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였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에 갈 일이 많이 없거니와 수많은 인파를 뚫고 남산타워에 올라 자물쇠를 걸 용기도 없었다. 그저 나중에 여유가 있으면 아내가 될 사람과 남산타워에서 자물쇠를 걸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언젠간 하겠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첫 경험(?)을 하게 됐다.

‘대청호오백리길… 그곳에 가면’의 스무번째 목적지인 대청댐에서다. 정확한 사건경위는 이렇다. 11월 17일 오전 10시 45분경 대청댐휴게소에 도착해 간단한 요기를 한 뒤 곧장 휴대전화로 약 20분간 지면에 실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데크길을 통해 대청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30분가량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정오를 조금 넘겨 다시 자리를 옮길 때 눈에 들어왔다. ‘사랑의 자물쇠’. 하고 싶었다. 언젠간 정말 예쁜 와이프랑 해보고 싶었던 나만의 위시리스트인 자물쇠. 

그런데 첫 경험을 이런 곳에서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분명 있었다. 내적 갈등이 발생했다. 여기서 먼저 해볼까? 그런데 동행한 사람이 대청호오백리길… 그곳에 가면 취재팀인 편집부 선배였다. 그것도 남자. 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기울고 있었지만 어느새 지갑을 열고 있었다. 자물쇠 3000원, 네임펜 1000원 등 총 4000원을 벌써 결제했다. 그리곤 신나서 자물쇠에 이름을 적었다. 그냥 각자의 이름을 적고 금강일보의 번창을 기원하는 문구를 적었다. 그런데 이름 사이에 하트가 없어서 뭔가 허전했다.

그냥 하트까지 그려 넣기로 했다. 물론 선배에게 동의를 구하긴 했지만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탐탁지 않은 듯한 투로 “별로…”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며 혼자 해석하곤 하트를 결국 그려 넣고 자물쇠를 걸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지면에 실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편집부 선배는 결국 이 사진을 쓰지 않았다. 창피했나보다. 그리고 휴대전화에 묵은 이 사진을 보니 나의 첫 경험을 잃어버린 게 약간 서글프다. 누군진 모르지만 세상에서 제일 예쁠 미래의 아내될 사람에게 정식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같이 남산타워에 가 자물쇠를 하게 되면 그 때 당당히 말할 것이다.
“우와, 나 이거 (여자랑은) 처음이야.” 

글 사진=김현호 khh030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