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후보 전승…전국서도 이례적

금강일보는 민선 7기 자치시대의 문을 열 내년 6·13 지방선거를 6개월여(27일 기준 D-198) 앞두고,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실시된 민선 1~6기 지방선거를 톺아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 충청 지방정치사를 되짚어 보고, 민선 7기를 이끌어갈 주역을 가리게 될 지역민들의 올바른 선택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1)대전시장 선거

대전은 1995년 민선자치시대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여당 시장(지방선거 시점에서의 여야 기준)이 탄생하지 않은, 대선·총선과는 다소 상이한 표심을 지방선거에서 표출하는 ‘이례적인’ 지역으로 분류된다.

김영삼(민주자유당)-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이 집권하던 민선 1~2기에 자유민주연합 홍선기, 3기에 한나라당 염홍철, 노무현(열린우리당) 대통령 시절인 4기에 한나라당 박성효, 이명박(한나라당) 대통령이 재임하던 5기에 자유선진당 염홍철, 박근혜(새누리당) 대통령이 집권하던 6기에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으며 대전시장은 늘 여당과 어긋난 채 야당에서 배출됐기 때문이다.

여섯 차례의 민선 대전시장 선거에서 모두 야당 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은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내년에도 이 같은 ‘징크스’가 이어질지, 촛불민심을 받들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 들어 20년간 지속돼온 야당 시장 징크스가 깨질지 주목된다.

1995년 6월 27일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는 4파전으로 전개됐는데 자유민주연합 홍선기 후보가 지역정당 돌풍을 일으킨 JP(김종필)를 등에 업고, 3개월 전까지 관선시장(마지막 관선시장은 1995년 3월 30일부터 6월 30일까지 시장을 역임한 김보성 씨)으로 재직했던 민주자유당 염홍철 후보를 손쉽게 꺾었다. 홍 후보는 63.76%의 득표율로 20.93%에 그친 염 후보를 3배나 앞서며 관선시장(1990년 12월~92년 4월)을 역임한 지 3년여 만에 초대 민선시장으로 컴백했다. 지역언론인 출신인 민주당 변평섭 후보는 10.84%, 무소속 이대형 후보는 4.45%를 득표하며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국회의원 선거의 중간선거 성격을 띠도록 일정을 조정하면서 3년 만에 실시된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선거는 싱거운 승부로 막을 내렸다. 현역 시장인 자민련 홍선기 후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의 파워에 힘입어 73.68%의 기록적인 지지율로, 12·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신당 송천영 후보(18.12%), 충남대 교수였던 무소속 조명현 후보(8.18%)를 여유롭게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것.

한일월드컵 직전 치러진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염홍철 후보(46.61%)가 3선 도전에 나선 자민련 홍선기 후보(40.20%)를 6.41%포인트 차로 꺾고 7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승리를 거머줬다. 관선 천안시장, 대전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무소속 정하용 후보는 9.34%, 지역언론인이었던 무소속 김헌태 후보는 3.83%를 얻는 데 그쳤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는 7명의 후보가 난립했고,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창당한 국민중심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출마한 염홍철 후보는 정무부시장으로 함께 일했던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박근혜 당 대표가 선거유세 중 커터칼 피습을 당했고, 병상에서 ‘대전은요?’라는 발언을 해 선거판을 뒤흔들며 ‘절대 열세’란 예상을 뒤엎고 박 후보가 43.83%를 득표, 재선을 노린 염 후보(41.41%)에 불과 2.42%포인트 차의 역전승을 일궈낸 것. 국민중심당 남충희 후보(전 부산시 정무부시장)는 10.45%로 양당 대결 구도에 치이며 지역정당 부활에 실패했고, 민주노동당 박춘호 후보가 2.82%, 민주당 최기복 후보가 1.21%, 한미준(한국의미래를준비하는당) 고낙정 후보가 0.51%로 뒤를 이었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는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선 염홍철 전 시장과 한나라당 박성효 현 시장 간의 재대결로 후끈 달아올랐는데 염 후보가 46.67%를 획득, 28.50%를 얻은 박 후보를 누르고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14·16·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민주당 김원웅 후보는 23.28%로 3위에 만족해야 했고, 진보신당 김윤기 후보는 1.53%로 진보세력의 한계를 절감했다.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염 시장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2013년 8월)한 가운데 치러진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선 4년 전 지방선거에 패배한 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덕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박성효 전 시장이 의원직을 중도사퇴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고, 대전시 행정부시장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비서관,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가 도전하는 형국이 됐다. 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유있게 선두를 달리며 시장직 컴백을 자신했다. 하지만 선거 두 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일순간 분위기를 변모시켰다. 적폐와 함께 침몰하는 대한민국호의 구조적 비리에 대한 공분과 사태 수습에 무능함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비등하며 과반에 성공한 권 후보(50.07%)가 박 후보(46.76%)에게 3.31%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고, 정치인 권선택은 민선 자치시대 개막 이래 최초의 ‘민주개혁세력 시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렇지만 권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임기를 7개월 남겨놓은 지난 14일 대법원의 선고로 직위를 상실하는 아픔을 맛보며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졌다. 5·9장미대선으로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며 대전은 여당 시장을 갖게 됐지만 그마저도 6개월 만에 법적 잣대에 의해 ‘물거품’이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것으로, 무주공산이 된 채 내년 실시될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직을 놓고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이목이 쏠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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