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추진중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대전 동구 대전역 인근에서 관계자들이 주민의 삶터를 공공미술로 접목해 생활문화 예술공간을 둘러보는 등 마을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대전 동구엔 길은 있지만 사람이 뜸한 동네가 있다.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곳이다. 그런 이곳에 최근 청년들이 들어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시 사람 냄새나는 동네로 변하기 위한 시작이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역전길과 역전시장길, 창조길 등 10만㎡에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과 함께 공공미술을 접목해 생활문화 예술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부터 인근 마을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청년들은 7곳에 9종류의 공방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언제나 차 한잔 하면서 대화하며 쉴 수 있는 ‘원더풀’, 공구 연장 도구를 비치해 필요하면 빌려주는 ‘손길’, 소품 액세서리를 주민의 재봉기술과 작가의 기획으로 만들어내는 ‘노래하는 당신의 옷’ 등 소소하면서 이목을 끄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경계와 의심의 눈길을 보냈던 마을 주민들도 지금은 마을 한 번 살려보겠다고 발 벗고 뛰어든 이들의 노력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조순덕(81) 할머니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사업이 끝난 뒤의 마을을 생각하면 기대가 많이 된다. 모든 게 청년들 덕분이다”라고 칭찬했다.

마을 곳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민과 동거동락 중인 청년 작가들도 추운 날씨에 몸은 움츠러들지만 마음은 따뜻하다고 입을 모았다. 1층엔 카페, 2층엔 다문화인들의 창작소를 운영하는 박정우(32) 작가가 그렇다. 독특한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껴 참여하게 됐다는 박 작가는 “다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이 마을 벽에다 벽화 좀 그리고 조각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끝나 아쉬웠다. 그러나 지금 이 마을에선 작가가 주인공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인 게 특별하다. 작가인 제 스스로도 3년 뒤가 너무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제 첫발을 내딘 사업에 우려가 어찌 없겠냐마는 사업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은 당장의 걱정보단 앞으로 바뀔 마을을 위해 더 열심히 뛰기로 했다. 지금껏 전국 어디에서도 이곳과 같은 반전의 시도는 없었을뿐더러 마을 주민이 주체가 돼 변화에 나서는 사례가 성공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 발짝이라도 더 뛰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에 잠시라도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이들의 말한다.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황혜진 작가(대전공공미술연구원 대표이사)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갈등 한 번 없겠나. 하지만 그게 사람사는 동네다. 갈등 중재 과정에서 작가들의 역할이 매우 크고 그 덕에 하나하나 잘 풀려가고 있는 것 같다. 올해는 공간재생에 초점을 뒀다면 내년엔 외부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