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대전국악협회장에 취임한 이환수 신임 회장을 만나다

“사욕(私慾)을 버리고 정도(正道)를 걷겠습니다.”

지난 1년 간 대전 문화예술을 돌아보면 모진 풍파에서도 견뎌낸 게 용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는 요즘이다. 문화예술계 힘들지 않은 곳이 있겠냐만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야만 생존 가능성이 높은 우리 전통문화예술이 가야하는 험난한 길엔 유독 가시가 더 많은 것만 같다. 그러나 그에게선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더욱 돋보였다. 임기 4년, 그 굳건한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대전 국악의 미래는 하늘 높이 비상할 게 분명하다. 28일, 제12대 대전국악협회장에 취임한 이환수 신임 회장(사진)을 만났다.

올해 국악 인생 40년을 맞은 이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부쩍 수척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첫 질문이 무엇인지 예상이라도 한 듯 “다 털어버렸다”며 선수를 쳤다.

“선거는 선거잖아요. 이제 끝났으니 회한은 잠시 접고 우리 대전 국악 발전위해 노력하자는 생각뿐이에요. 선거 때는 경쟁자지만 이젠 함께 발전을 위해 손잡아야하는 동지죠. 새로운 임원 구성도 함께 경쟁하신 분에게 직접 추천을 받아서 구성했어요.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도 따라오는 게 당연지사잖아요.”

이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50년에 걸친 대전 국악역사를 한데 묶는 일이 그 하나요, 국악의 군악대로 불리는 대취타대를 만드는 게 다른 하나다. 첫 발을 내딛기 위해 그는 요즘 각계의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일에 정신이 없다고 고백했다.

“명색이 대전의 국악 역사가 반세기인데 기록을 하나로 모아 널리 알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대취타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전 국악이 발전의 모멘텀이 될 만한 사업입니다.”

지방의 문화예술계가 하나같이 고민하는 청년 예술인에 대한 고민 또한 이 회장이 풀어야만 하는 과제 중 하나다. 그는 이 문제를 성급하게 생각할수록 해결의 실타래는 꼬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거다. 그래서 그는 우선 지역 국악인들의 고견을 청취하는 일부터 시작해나갈 생각이다.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선 청년 예술인에 대한 문제 해결이 좀 더딘 면이 없잖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선 이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예술 풍토를 만드는 데 전력할 생각이에요. 환경이 되지 않는 데 무작정 이들을 지역으로 데려오는 데엔 한계가 분명하니까요.”

세대의 벽을 무너뜨리고 하나로 화합해 예술로 행복해지는 국악협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이 결코 헛된 기대가 아니었음이 증명되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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