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몇몇 재단이 튼튼한 복지기관이나 회원 수가 많은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년 동안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후원찻집, 후원주점, 후원 음악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금행사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벧엘의집도 부족한 재정을 메꾸고 새로운 사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월요일 후원회 주관으로 후원행사를 빈들감리교회에서 가졌다. 행사는 성황리에 잘 치렀지만 예년에 비해 모금액이 적어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벧엘을 이끌어 가는 담당목사로서 모금행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적지 않다. 초창기에 비해 살림살이가 어느 정도 안정됐으니 평소 정기적으로 후원되는 것을 아껴서 모금행사를 안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금행사를 통해 재원이 마련되면 평소 하고 싶었지만 예산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고,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기에 고민 끝에 마음을 다잡고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끝내는 행사를 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2개월 이상 준비하여 지난 27일 월요일에 행사를 치른 것이다. 어쩌면 이번 행사는 예년과 다르게 몇 가지 큰 의미가 있기에 고집을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장소가 빈들감리교회였다는 것이다. 빈들공동체는 “불의와 거짓이 승리하는 세상을 향해, 무사 안일해져가는 교회를 향해, 타성에 젖은 우리 자신을 항하여, 빈들에서 외치는 자의 사명을 다하고자 또 하나의 교회가 아닌 새로운 교회”라는 창립고백으로 “가난한 이웃들이 인간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을 거룩한 사명”으로 여기고 벧엘과 거룩한 동행을 19년째 하고 있는 교회다. 그런 빈들공동체가 선화동에서 대흥동으로 예배당을 이전하면서 첫 번째 행사로 벧엘의집 후원행사를 가진 것이다. 빈들공동체가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에서 19년 동안 거룩한 동행을 고백하며 살아왔던 동반자인 벧엘의집 행사를 처음으로 가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그동안 명목으로만 존재했던 벧엘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이번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는 것이다. 벧엘의집은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가 운영주체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을 섬기는 기관이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교회와 선교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교회와 선교회가 배후에서 재정지원 등 역할을 공식화하기 위해 연회 내 평신도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조직했지만 그동안은 이름만 있는 후원회였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이사를 충원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명목상 후원회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후원이사회로 거듭난 것이다. 그 기운을 몰아 이번 후원행사기획, 모금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도록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후원이사들이 자신들의 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행사를 성황리에 치르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 표어처럼 ‘함께 걷는 희망 디딤’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대전역 광장 한 귀퉁이에 저녁에만 생기는 천막집 두 동으로 시작하여 밥 주는 목사, 잠자리를 제공하는 목사가 아니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친구가 되자고 선언하고 달려왔던 19년이 함께 걸어가는 희망 디딤의 주춧돌을 또 하나 놓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올해도 ‘사람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표어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으로 접어드는 벧엘이 빈들공동체와 거룩한 동행을 더 끈끈하게 이어가고, 모든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우리의 이웃들에게 희망의 디딤돌이 되는 책임 있는 존재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 마지막 순서로 벧엘가족 모두가 함께 불렀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던 이승렬의 ‘날아’ 가사처럼 “모든 것이 무너져 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조차 없게 한 대도, 거기서 멈춰 있지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우리 모두 희망의 날개를 펴고 사람다움의 세상을 향해 날아가자.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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