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맞물려 행정수도 위상 정립 주목

국가적 이슈인 ‘지방분권’, ‘균형발전’의 표상(表象)과도 같은 세종특별자치시는 내년 6·13 지방선거와 맞물려 성사 여부가 주목되는 ‘행정수도 개헌’과 직결돼 있다.

지난 2012년 7월 국가균형발전의 획기적인 구심점으로 역사적 출범을 한 세종시는 지리적으로 옛 충남 연기군 전역과 공주시, 충북 청원군 일부로 구성됐으나, 자치단체장 선거 양상을 파악하려면 민선 1~5기를 거슬러 볼 때 연기군수 선거를 전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는 6명이 출마한 가운데 자민련 홍순규 후보(전 연기군 부군수)가 49.53%를 득표, 당시 여당이던 민자당 이기봉 후보(전 충남도의원, 27.5%)를 눌렀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선 홍 군수(56.49%)가 무소속 이기봉 후보(43.50%)와 맞대결을 벌여 또다시 이겼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선 한나라당 이기봉 후보(49.32%)가 자민련 최준섭 후보(43.61%)를 꺾고 당선됐고,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중심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한 이기봉 후보(40.46%)가 열린우리당 최준섭 후보(40.43%)에 불과 0.03%포인트 차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선 2008년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이기봉 군수가 낙마하면서 같은 해 재선거를 통해 군수가 된 자유선진당 유한식 후보가 52.96%를 얻어 2년 만에 재선 고지에 올랐고, 민주당 홍영섭 후보(전 연기군 기획감사실장)가 30.01%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2년 후. 연기군이 세종시로 승격되면서 2012년 4월 제19대 총선과 함께 초대 시장 선거가 치러졌다. 세종시의 첫 수장을 뽑는 선거는 3파전으로 전개됐는데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충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을 역임한 최민호 후보를 내세웠고, 민주통합당은 초대 행정도시건설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등을 지낸 이춘희 후보로 맞섰다. 선진당은 불과 4년 새 3선 도전에 나선 유한식 후보로 두 거물을 상대했다. 결과는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표밭을 잘 닦아놓은 유 후보의 승리였다. 41.73%를 획득한 유한식 후보는 세종시가 민주당의 산물(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공약)임을 주장했던 친노 성향의 이춘희 후보(37.34%)를 4.39%포인트로 꺾으며, 일약 광역단체장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최민호 후보는 20.91%로 3위에 그쳤다.

세종시는 초대 시장 선거를 치르고 불과 2년 만인 2014년 6·4 지방선거(민선 6기)에서 2대 시장이 가려졌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흡수 통합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신세가 된 유한식·최민호 후보가 치열한 당내 공천 경쟁을 벌여 유 후보 본선 주자로 낙점됐고, 이춘희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재도전에 나서 접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세월호 여파로 여당 심판론이 대두되면서 이 후보(57.78%)가 유 후보(42.21%)를 15.57%포인트 차로 여유있게 눌렀다.

친노의 좌장이랄 수 있는 7선의 이해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세종시의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같은 당 이춘희 시장이 지키고 있는 세종시는 문재인 정권의 ‘텃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대 시장이 가려질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행정수도 개헌 정국을 활용해 싱거운 낙승을 거둘지, 아니면 야권이 ‘친노의 본산’과도 같은 세종시에서 반란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