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바쁘다. 목하 ‘강연정치’에 매진하는 모양새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지방분권이나 개헌 등 굵직한 전국구 이슈를 논한다. 대권 도전에 나섰던 정치인이기 전에 210만 도민의 삶을 책임진 도백(道伯)으로서 도정 현안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도 안팎에서 터져 나온다.

안 지사는 28일 서울 성북구를 찾아 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자치분권과 국민성장’이 주제였다.

안 지사는 ‘지방분권 전도사’를 자처하며 12월 1일 서울 강북구청, 12월 8일 광진구청 등을 돌며 연달아 특강을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2일 안 지사는 부산외대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사업단 초청으로 ‘리더로 성장하는 대학생활’이라는 주제강연을 펼쳤다. 지난 9월 27일엔 서울 노원구를 방문해 ‘지방자치분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노원구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처럼 빠듯한 도지사의 관외 특강 일정은 도민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충남도가 배포한 27일 도정 보도자료에는 다음날 안 지사 ‘동정’으로 태안군에서 열리는 ‘제3회 충남지방정부회의’에 참석한다고만 돼 있다. 당일 오전 서울 성북구 강연일정은 뺀 것이다. 도에 상주하는 출입기자들조차 안 지사의 ‘잠행’(潛行)을 알 길이 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은 “안 지사의 농어촌 현장방문이 2015년 15건, 2016년 5건 정도다. 그런데 외부강의는 2015년 9번, 2016년 25번이고 이 중 3분의 1은 정당행사에서 강의했다. 210만 도민의 수장으로서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활발한 정치활동과 달리 도정 현안과 관련해 안 지사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지역 최대 현안인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봐도 그렇다. 5400억 원이 투입되는 집단에너지시설 설치사업의 일부인 열병합발전소가 사용연료인 고형폐기물연료(SRF) 유해성 논란으로 공사중단에 이르기까지 안 지사는 6월 도의회 본회의에서 SRF 발전소에 대한 질문에 “연료문제 안전성은 도가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도민 앞에 서지 않았다.

주민 반발에 따라 SRF방식을 배제하는 것으로 도의 입장을 급선회하고 새로운 대체사업자를 물색하는 등 사업 판도가 요동쳤지만 이는 모두 부지사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그 사이 내포신도시 입주민들은 사업자의 열 제한공급에 직면했고 열 공급 차질 가능성에 겨울나기를 걱정해야 했다.

도 관계자는 “대체사업자가 확정되는 등 집단에너지사업의 향후 윤곽이 드러나면 도지사가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첨예한 갈등이 일단락되면 나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이 같은 안 지사의 정치행보에 도의원은 물론 도 공직자들도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한 도의원은 “민선 5·6기를 마무리하는 화룡점정의 시기에 안 지사가 강연 등 외부일정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산적한 도정과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도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도의 한 50대 공무원은 “안 지사가 3선에 도전하는 것인지 잔여 임기는 채울 것인지 거취조차 밝히지 않아 향후 도정계획을 수립하는 등 업무추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행정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지만 재선지사로서 명확한 입장을 설명하고 도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공직자가 믿고 따르지 않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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