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재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

 

대전시는 여성과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오월드, 곤충생태관, 시민천문대 등을 설립해 어린이들의 문화생활을 장려하고, 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2009년 11월 개관해 8주년을 맞이한 대전어린이회관은 그동안 220만 명이 이용하였으며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세종시와 충청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8년이란 시간은 짧은 듯하면서도 갓 태어난 아이가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긴 시간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대전어린이 회관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재미있게 뛰어 노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 숲과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온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어울려 놀며 놀잇감과 정서를 공유하는 경험이 적어 공감과 양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이전 세대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상호 교류를 통한 정서 발달과 감정의 절제 등은 배우기 어렵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감할 것이다.

대전어린이회관에서는 손으로 만지고 다양한 주제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는데 세계문화체험, 과학체험, 스포츠체험, 직업체험, 영유아놀이터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놀잇감을 쥐어 보고 체험할 수 있으며 다양한 역할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 아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또한 입장 수익을 시설에 재투자하여 2014년도에 확장 개관한 ‘사계절 상상놀이터’는 공굴리기, 볼트 너트 조립하기 등 아이와 부모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개인 상담과 놀이치료 상담, 부모교육 등 다양한 상담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가 설립하여 사설 상담소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상담이 가능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대전어린이회관의 개관 이래 최대 목표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며 꿈꾸는 세상이었다. 앞으로 가깝게는 10주년 멀게는 20주년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두 함께 행복한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에서는 2017년에 3억 2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대전어린이 회관 환경개선과 체험존 기능보강을 할 계획이며, 특히 내년에는 체험시설 등의 새 단장을 위해 1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의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어린이회관이 오랜 기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시설과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소리 지르며 뛰어다닐 수 있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한 반증일 수도 있다. 아파트 거주율이 높은 만큼 이웃에게 피해가 갈까 한참 뛰어놀며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놀기를 권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억압받고 제지당하는 느낌을 받기 쉽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며 해방 될 수 있는 공간과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는 공간은 우리 지역사회가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이런 해방의 공간제공이 대전어린이 회관이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해나가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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