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부 홍성군선관위 사무국장

 

지난 추석에는 여느 해와 달리 명절 축하 현수막이 유난히 많이 내걸렸다. 길목마다 내걸린 대부분의 현수막에는 내년 지방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정치인들의 사진과 이름 석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표시돼 있었다. 이는 사전선거운동행위로서 예년 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작년 8월 A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선거운동’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이에 반하는 기존 판례를 변경해 ‘선거운동’의 자유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지난 추석에는 의아한 명절 축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게 됐던 것이다.

이 판례는 선거환경의 변화(매체를 통한 여론 형성 및 당내 경선의 중요도 상승), 정치신인의 선거에서의 실질적 기회균등 보장,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의 실질적 보장 등을 위해 선례 변경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정치신인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을 선거구민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명절 때 현수막을 제작해 거리에 내걸려고 한다면 경제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구역이 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고, 경제 사정까지 녹록지 않은 사람은 엄두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할수록 경제력이 약한 자의 정치 입문은 더 어려워지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정치인과 정당은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는 동시에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법으로 정경유착, 특정집단의 로비, 공직선거 후보자 공천 등과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고, 후보자 공천 등 특정행위와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또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자가 직접 정치자금을 받을 경우 제공자와 제공받는 자 간에 정치자금을 매개로 각종 비리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후원회라는 별도의 단체를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정치자금 조달에 관해선 국고보조금, 당원이 납부하는 당비, 일반 개인의 후원금 등의 규정을 둠으로써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자금력에 의해 정치가 영향 받는 것을 방지하고, 대다수 국민이 참여하는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를 유도해 건전한 민주정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특정집단이나 특정인에 의해 운영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 국민에 의해 운영되도록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답은 후자다.

모든 정치인은 국민이 후원한 소액다수의 정치자금으로 신명나는 정치를 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소액다수의 후원금에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이권이 아닌 국민의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기 있는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입후보 예정자들의 발걸음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금권에 의해 우리나라가 좌지우지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자인 정치인에 대한 지속적인 응원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 그 응원과 격려가 바로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인 것이다. 선거운동 자유의 확대에 발맞춰 훌륭한 대표자를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국민 다수의 소액후원금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