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보다 혁신공천"…박성효 前 시장 견제하는 후보들

민선 7기 지방선거가 1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 공천 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선택 전 시장의 직위 상실로 공석이 된 대전시장직을 4년 만에 되찾아오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자유한국당의 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 대전시장 제1호 공식 출마 선언]

사실상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표밭을 닦고 있는 박성효 전 시장을 타깃으로 ‘경선은 절대 안 된다’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이는 박 전 시장이 현재 거론되는 한국당 후보군 중 유일하게 시장을 지냈고, 세 차례(민선 4·5·6기)나 본선에 진출한 인물인 만큼 인지도와 조직 면에서 타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만큼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는 박 전 시장에 대한 당내 견제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박 전 시장과 경선을 치러 시장 후보를 결정한다면, 이는 해보나 마나 한 불공정 게임이 된다. 전직 시장의 프리미엄이 너무 커 다른 후보들은 줄서기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상향식 공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여야를 통틀어 처음으로 30일 대전시장 선거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도 “조직을 동원해 세몰이를 하는 경선으로 썩은 보수, 늙은 보수를 공천해선 안 된다”라며, 특정 인물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박 전 시장을 비롯해 현재 물망에 오르는 후보군을 비판하고, “혁신공천을 통해 나 같은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만약 (2014년처럼) 또다시 경선으로 시장 후보를 낙점한다면 필패(必敗)다. 전국 판세에 있어 대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는 지역인데, 민주당에게 고스란히 시장직을 내주게 될 것이다. 대전에서 실패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다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혁신공천, 전략공천 필승론’을 역설했다.

이처럼 한국당 내에서 기득권을 가진 주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선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아 혁신을 기치로 한 전략공천이 실현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박 전 시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선에 따른 후유증이 크다는 것을 당에서 잘 알고 있고, 나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선을 치른 후 당내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공천 방식이야 당에서 정할 사안이지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아니지만 당 기여도,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인 기준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최근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크게 늘리고 있는 박 전 시장은 “홀로 고군분투하며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시장 공백에 따른 시정 혼란을) 걱정하시거나 ‘잘 하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고, 자신을 구태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선 “구관이 명관이란 얘기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14일 대법원 선고로 하루아침에 자당 시장을 잃은 민주당의 경우 박범계·이상민 의원, 허태정 유성구청장 등 현역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을 띠며 ‘경선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라는 관측이 제기돼 한국당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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