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대전시의회는 오늘부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연다. 4년 연속으로 예결위원을 맡고 있는 필자는 11월 6일부터 진행 중인 이번 정례회기 중에 벌써 5일 정도 밤새워 일을 했고, 4일 정도 새벽 한두 시까지 야근을 했다.

행정사무감사 준비와 복지환경위원회 예산 심사를 위한 불가피한 근무였다. 필자는 의회에 첫발을 디딘 2014년부터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안 심의 때, 집행부에 질의할 내용을 사전질의서로 만들어 집행부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집행부가 답변 준비 충실히 해 토론이 이어져 문제점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함께 도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갈수록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예산과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예산서와 감사자료도 두꺼워져 봐야 할 부분도 많고, 민원도 늘어가고 있는데다 체력은 예전만 못한다.

내년도 대전시 예산은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합쳐 5조 원이 조금 넘는다. 교육청 예산 1조 9000여억 원을 합하면 7조 원 규모가 된다. 이를 22명의 시의원들이 심의하니 의원 1인당 3200여억 원을 심의하는 셈이다. 내년도 국가 예산 429조 원을 300명의 국회의원이 심의해 국회의원 1인당 1조 4300여억 원을 심의하니, 대전시의원이 국회의원의 4분의 1 정도 예산을 심의하는 셈인데, 국회의원은 보좌진이 9명인데 비해 광역의원은 보좌진이 한 명도 없다. 자료 수집과 민원 상담, 행정감사 준비와 예산안 분석, 각종 토론회와 행사 참석 등을 모두 혼자 해야 하는 지방의원들은 수준이 낮다거나 외유성 해외연수 등으로 비난받기 일쑤다.

7조 원의 예산과 수천가지 사업을 감시·견제하려면 혼자선 불가능할 뿐더러 겉핥기식 감사와 예산 심의가 불가피하다. 교수, 변호사, 박사급 전문가들이 서로 도전하고 9명의 보좌진을 갖춘 국회의원에 비해 전문가들이 급여 낮은 광역의원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것은 불문가지이고, 혼자서 밤샘해야 겨우 욕먹지 않을 정도의 감사나 심의를 할 수 있으니,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까?

현재 대전시의원 22명에게 투입되는 급여는 모두 8억 6460만 원, 의정활동비는 모두 3억 9600만 원으로 총 12억 6000여만 원이다. 이는 국회의원 2명 유지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투자로 지방의회가 전문성을 확보하기란 애당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별도의 사업이나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회에 전념하기 힘든 실정이다.

시민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 지방의회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시급하다. 더구나 새 정부의 공약과 함께 앞으로 지방분권이 현실화되고, 지방정부 예산 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늘게 되면 지방의회는 더욱 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보좌진을 확충해야 한다. 국회의원 예산 심의 규모와 비교해 2명의 보좌진이 필요하다. 한 명의 보좌진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2명이 가능하겠는가 싶지만, 향후 연방제 수준의 지방정부 자율성·전문성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 의회 내 입법정책실을 확대해 예산정책실도 신설하고 전문 연구인력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교수나 변호사, 박사급 전문가들의 도전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의원의 급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 자치단체 국장급의 급여수준은 돼야 이들 전문가들이 도전하지 않을까? 6급 공무원 수준도 되지 않는 급여에 전문가들이 도전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필자도 연구기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의회에 와서는 소득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니, 봉사활동하겠다는 심정 아니면 전문가들의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여건과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의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많은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회가 지방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상황으론 곤란하다. 의회 내 공무원 인사권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고, 지방의회 전문성을 확보할 의사 결정도 지방정부와 의회가 협의해 정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으니, 국회는 권력의 한 축이 돼 있다. ‘정치인의 꿈은 국회의원’이 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지방의회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위의 방안들이 국회에서 적극 논의돼야 하고 내년도 개헌 시 지방분권 분야에도 반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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