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대학입시 시즌을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포항 지진으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수험생과 가족, 교육당국 모두가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쏟아져 나온 언론보도 가운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JTBC 뉴스룸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인터뷰였다. 손석희 앵커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수능을 하루에 다 보느냐, 다른 나라들처럼 1년에 서너 차례 보면 이런 위험이 그만큼 분산되는 것이 아니냐?”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내년 8월까지 대학 입시정책을 종합적으로 구상해서 발표할 예정인데, 그런 점까지를 감안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사실 이 질문은 한 시청자가 손 앵커에게 전달을 부탁한 것이었다. 앵커도 그런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김 부총리에게 질문했을 것이다. 대입시험을 여러 번 본다? 파격적이지만 한 번쯤 떠올려봤을 사람들이 필자를 포함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공론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아이디어는 막연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연구와 논의를 거치면서 그 가치와 현실적용 여부는 판단될 것이다.

대학입시를 비롯해 교육제도는 안정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아침저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안 된다. 그래서 교육계는 대체로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혁신은 기업이나 제품, 기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교육제도와 입시정책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이를 검토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자격고사 성격이 강한 외국의 대입시험과 우리의 수능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질문자의 의견을 검토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교육당국 최고책임자의 답변은 전향적이고 고무적이었다.

사실 내부자는 혁신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나무는 숲 속에서 잘 보이지만, 숲은 밖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외부의 논의를 내부에서 적극 수렴하는 것은 궁극의 목표인 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이다. 수없이 반복되어온 지적이지만, 현재의 입시체제는 학생들과 우리 사회에 창의력과 상상력의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기득권은 오로지 ‘변별력’이라는 신화만을 최우선시 하면서 이를 지키는 데 급급해한다.

처음엔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결국 현실화한 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평준화, 입학사정관제,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자유학기제 등등.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공영형 사립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고교학점제 등의 교육 혁신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국민은 모두가 교육 관련자들이다. 차분히 따지면서 혁신할 것은 과감히 추진하자.

세상은 이미 변했고,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이미 수능시험과 상관없이 신입생의 70% 이상을 수시에서 고교 내신과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의 방법으로 뽑는 대학들이 많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없앤 대학들이 늘어나서 수능의 영향을 받는 수험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될 때 비로소 교육혁신과 자녀행복이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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