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다시 2%대 시대를 열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고객 유치전에 발 빠르게 나서는 양상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시중은행 예·적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3%대였고 2년 전인 2014년엔 2%대가 대세였지만 몇 년 새 1%대로 주저앉으면서 정기예금은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현금보관 용도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 장기간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연 1%대 후반에 머물렀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2% 이상으로 올라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한 영향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건 6년 5개월 만의 일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18개 적금과 11개 정기예금의 예금금리를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 인상했다. ‘위비짠테크적금’ 금리는 최고 연 2.55%로 0.25%포인트 오르고 정기예금인 ‘위비수퍼주거래예금’은 0.3%포인트 인상된 최고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게 된다. 신한은행도 4일부터 정기예금 기준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대표 예금상품인 ‘신한플러스 월복리 정기예금’은 기존 최고 연 2%에서 연 2.1%로 0.1%포인트 오른다. 적금 상품인 ‘신한 헬스플러스 적금’은 기존 최고 연 2.0%에서 연 2.1%로 오를 예정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최고 0.3%포인트 예금금리 인상에 나선다. ‘하나머니세상 예금’은 최고 연 1.9%에서 2.2%로, ‘e플러스 정기예금’은 최고 연 1.5%에서 1.8%로 오른다. 농협은행은 6일 예금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한다. 최고 연 2.12%에서 판매되던 ‘왈츠회전예금2’는 연 2.32%로 약 0.2%포인트 올리고 ‘e-금리우대예금’도 연 1.85%에서 2%대로 조정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오른 데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역할도 컸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이 연 1% 초중반대 정기 예금금리를 줄 때 연 2%짜리 정기예금을 내놓으면서 은행의 예금금리를 1% 중후반대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케이뱅크가 내달 2일까지 연 2.4%로 금리를 올린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을 한시 판매하고 ‘코드K 정기예금’ 역시 금리를 연 2.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 2%대의 은행 예금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 우대혜택을 반영한 상품과 모바일 전용 상품은 2% 중후반대에서도 금리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전체의 여·수신금리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은 금리 인상에 이어 1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만큼 예금금리 인상과 더불어 대출금리 인상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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