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반대"-여성단체 "찬성"…다수 동의할 절충점 모색 주장도

낙태죄 폐지를 놓고 사회 각계의 의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쪽에선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며 반대를, 다른 한쪽에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에 대한 살인행위라며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성폭행이나 친족 간 임신, 유전·전염성 질환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신중절을 할 경우 낙태죄로 처벌받는다. 또 낙태로 적발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성의 불만은 여기서 시작된다. 낙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고 있는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다. 더구나 한해 암암리에 16만 여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임신중절에 나서고 있지만 이로 인해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실상 낙태죄 처벌 조항은 사문화됐다는 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시작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여성을 중심으로 한 찬성 쪽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성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법과 제도의 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며 지금 사회에서 일어난 폐지 주장은 이러한 사회적 열망이 담긴 요구”라며 낙태죄의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반면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폐지 반대 측에 선 이들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생명이라고 맞서고 있다. 낙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는 생명에 대한 끔찍한 폭력이자 일종의 살인과도 같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천주교 교단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천주교 교단은 3일부터 전국 16개 교구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사회 각계에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사회 갈등으로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내년 초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사회 혼란이 확대된다면 그만큼 소모적 힘겨루기만 부각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 때문에 폐지 여부는 법의 심판에 맡기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다수가 동의할만한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 여력이 안 돼 임신중절을 놓고 고민하는 사회적 약자, 미혼모 등의 발생을 막기 위해 피임실천율을 높이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나이와 현실에 맞게 피임을 실천해야만 원치 않는 임신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마음놓고 출산, 육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조성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불필요한 임신을 막기 위해 10대 청소년부터 원할 때 건강한 2세를 가질 수 있도록 계획 임신 교육 실시를 통해 피임실천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원치않는 임신을 줄이고 여러 상황이 안정됐을 때 임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인공임신중절 문제의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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