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 적용 시급 7538원…대학생·주부 등 일자리 감소 우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유통업계에서 무인결제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경제 생태계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당장 인건비를 걱정해야 하는 일부 유통업계에선 풀어야 할 과제인 탓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7539원이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157만 3770원이다. 올해보다 인상 폭이 큰 만큼 유통업계에선 대안을 모색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데 주문앱, 무인기기(무인주문결제시스템) 등 무인 영업 시스템이 이 틈새를 파고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커피전문점업계에선 스타벅스가 이미 2014년부터 ‘사이렌 오더’를 도입하면서 주문앱 시대를 열었다. 이 앱은 저전력 블루투스(BLE)를 이용한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인 ‘비콘(Beacon)’의 원리를 통해 앱을 켜고 원하는 커피와 사이즈, 옵션 등을 선택 한 후 결제를 완료하는 방식이다. 줄을 서거나 매장 직원에게 시럽·우유 첨가 등을 번거롭게 설명할 필요 없이 앱을 통해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다. 최근엔 이디야커피도 이디야앱을 통한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도입, 주문앱 시스템 확산에 가세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하루 평균 사이렌오더 이용 건수는 약 6만 건(11월 말 기준)에 달한다. 사이렌오더 론칭 당시 일 평균 주문 건수 2000건에 비해 30배 증가한 규모다.

대당 700만~800만 원대인 키오스크 기기는 인건비 절감, 점포당 회전율 증가로 프랜차이즈에서 설치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맥도날드는 430개 매장 중 200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내년까지 전체 매장의 50%이상인 25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리아 역시 키오스크를 도입해 현재 전국 1350개 매장 중 약 45%인 610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리아에 따르면 무인주문기 1대당 약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다.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단일매장에서도 적용 사례는 늘고 있다. 대전의 경우 동구에 한 무인편의점이 자리해 조리식품서부터 생필품까지 자동판매기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고 서구 둔산동엔 무인카페가 들어서 키오스크를 통해 일반 카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어 화훼업계에도 자동판매식 꽃 자판기가 등장해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을 한 자리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무인주문시스템이 확산함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선 편의성이 강화되고 경영주 입장에선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기대가 크지만 대학생, 주부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고용시장이 위태롭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순히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인건비 인상에 따라 첨단기술에 의지하는 양상은 대세로 굳어질 수밖에 없지만 일자리 축소라는 부담이 사회 전체적인 과제로 남게 된다.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 모(21) 씨는 “그 동안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해 오며 학업을 이어 왔는데 최근 무인시스템이 점차 들어서면서 더 이상 일할 곳이 없어질까 걱정된다”며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가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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