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11일 최근 부결된 청탁금지법의 개정안을 재상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개정안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논란을 벌여온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추이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권익위가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5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506명을 대상으로 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가 63.3%로 ‘반대한다’27.5%보다 를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대전과 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은 찬성이 72.5%로 전국 6대 권역 중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개정안은 공직자 등에 대한 음식물 가액의 상한액을 현행 3만 원으로 유지하되, 농축산물의 선물에 한해 현행 5만 원의 상한액을 10만 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동시에 현행 10만 원인 경조사비를 5만 원으로 낮추되 화환이 포함된 경우 10만 원까지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 및 화훼농가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국산 농축산물 선물 판매액은 전년 대비 26%나 감소했고 과일과 수산물도 각각 31%, 20%나 줄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농축산 및 화훼 농가를 위한 예외조항을 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열린 국민권익위에서는 이 개정안이 부결됐다. 권익위 내부에서 시행한지 1년이 갓 지난 법을 한 번 고치기 시작하면 개정요구가 쏟아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 9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의견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조사비를 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선물비 5만 원 상한액을 올리지 않는 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 및 화훼농가를 위한 예외조항을 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익위는 이런 여론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구나 지난번 전체회의는 전원위원 15명 중 박은정 권익위원장을 포함해 3명이 제외된 12명의 참석한 결정이었다. 국민적 관심사를 결정하는 회의에 위원장이 불참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권익위원들이 각자의 양심과 판단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지만 재상정 때만큼은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공직사외의 부조리와 뇌물수수 근절이라는 법제정 취지를 살리면서도 한편에선 이 법 시행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농축산 및 화훼농가를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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