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이냐, 국회 입성이냐’를 놓고 목하 고민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택지’가 늘었다. 대전 출신인 국민의당 최명길(56) 의원이 의정생활 1년 8개월 만에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최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송파을이 내년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안 지사의 출마 대상지로 자연스레 부상했다.

◆최명길의 ‘롤러코스터’ 정치 인생

대법원은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확정 시 당선이 무효가 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20대 총선 선거운동 당시 선거사무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전문가 이 모 씨에게 온라인 선거운동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2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공직선거법은 법이 정한 수당 등을 제외하고 선거운동과 관련해 어떤 명목이든 금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최 의원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이 씨에게 건넨 돈에 대해 “총선 이전 북콘서트 행사를 도와준 대가로 지불한 보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피고인의 범행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이런 행위는 금권선거로부터 선거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라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4년 7·30 대전 대덕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직에 도전하며 언론인(MBC 유럽지사장 등 역임)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최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유성구갑 경선에서 나섰다가 현 조승래 의원에게 패했고,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특별 배려로 서울 송파을에 전격 투입돼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올 5·9장미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최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이자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당내 영향력을 높였지만 결국 의원직을 상실하며, 3년여간 실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정치 인생을 살았다. 최 의원의 쓸쓸한 퇴장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국민의당의 국회 의석은 39석으로 줄었다.

◆안희정의 선택은?

“연말 또는 연초에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말하겠다”라고 밝혀온 안희정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국회의원에 도전할 경우 안철수 대표가 대선 전 의원직에서 사퇴하며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과 최 의원의 낙마로 무주공산이 된 송파을이 출마 대상지로 떠올랐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충남을 벗어나 외연 확대가 절실한 안 지사로선 전국적 주목을 받는 서울에서 출마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있어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갑,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천안병 등에서도 국회의원 재·보선 성사 가능성이 있어, 안 지사가 서울에 비해 당선 안정권인 충남을 출마지로 택할 수도 있다.

◆충청 정치인 ‘낙마 잔혹사’ 추가

한편, 충청 정가는 최근 대법원 선고로 권선택 전 대전시장과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직위를 상실한 데 이어 충남 홍성이 고향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뇌물수수 의혹으로 옷을 벗었고, 최 의원이 당선무효형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하면서 어수선한 겨울을 맞고 있다. 여야를 떠나 충청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이 잇따른 시련으로 ‘낙마 잔혹사’를 이어가는 형국이어서,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지방선거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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