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압승 지형서 '진보, 접전 끝 승리' 구도 탈바꿈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로 일컬어지는 충북에서 치러진 지난 여섯 차례 민선 도백(道伯) 선거 결과는 대전·충남 등 다른 충청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띠었다.

1995년 민선 제1기 지방선거에는 6명의 후보가 난립했지만, 사실상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자유당 김덕영, 제1야당인 민주당 이용희, ‘충청정당’ 기치를 내걸며 돌풍을 일으킨 자유민주연합 주병덕 후보가 3파전을 벌여 결국 주 후보가 36.43%의 득표율로 초대 민선 충북지사직을 차지했다. 이 후보는 24.50%, 김 후보는 23.29%의 엇비슷한 지지율로 표를 나눠가지며 낙선의 아픔을 곱씹었고, 무소속 3인방(양성연·윤석조·조남성)은 각각 3.72%, 4.06%, 7.97%를 얻는 데 그쳤다.

1998년 제2기 지방선거에선 3년 전에 비해 후보가 3분의 1로 줄며 양자대결이 성사됐지만 결과는 너무나 싱거웠다. 주병덕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도전했고, 디펜딩 챔피언인 자민련에선 이원종 후보를 내세워 타이틀 방어에 나섰는데, 이 후보가 74.1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주 후보(25.85%)에 완승을 거뒀다. 지역정당이면서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정권 창출에 성공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로 인해 자민련은 여당에 버금가는 위력을 과시한 것.

아이러니하게도 2002년 3기 지방선거에서는 이원종 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58.95%를 획득, 재선에 성공했다. 자민련은 구천서 후보로 3회 연속 도백을 배출하려 했지만 33.47%를 득표해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이 지사에게 25.48%포인트 차로 패했다. 양당 틈바구니에 낀 무소속 장한량 후보는 7.92%를 얻었다.

2006년 4기 지방선거에는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정우택 후보가 한나라당 주자로 출마했다. 정 후보는 4년 전 이원종 지사의 득표율과 유사한 59.66%로 도백에 올랐고,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한범덕 후보는 30.63%를 득표하는 데 그쳐 무릎을 꿇었다. 군소정당인 민주노동당 배창호 후보는 6.45%를 점유했고,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주도한 중부권 신당 국민중심당의 조병세 후보는 2.86%라는 미미한 득표율을 보였다.

보수성향 정당(1·2기-자민련, 3·4기-한나라당)이 독식하던 충북지사 선거에 2010년부터 진보의 바람이 불었다. 충남의 안희정 지사처럼 2010년과 2014년 민선 5·6기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후보가 각각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해 승리(5기-51.22%, 6기-49.75% 득표)를 거둔 것이다. 2010년에는 재선을 노린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45.91%), 2014년에는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47.68%)가 이 후보에 각각 5.31%포인트, 2.07%포인트 차로 패하며 분루를 삼켰고, 제3의 정당(2010년 진보신당 김백규 후보 2.86%, 2014년 통합진보당 신장호 후보 2.56%)은 역부족을 확인했다.

내년 민선 7기 충북지사 후보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시종 지사와 오제세 의원, 자유한국당에서는 박덕흠·이종배·경대수 의원, 윤진식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는 가운데 민선자치시대 개막 이래 ‘지역정당(1·2기)→보수정당(3·4기)→진보정당(5·6기)’으로 이어져온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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