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모(35) 씨는 꽃집 창업을 위해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막상 창업을 하고 보니 본전 생각이 난다. 자격증이 있어야 꽃집 운영에 유리하다는 협회 관계자의 말만 믿고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렸는데 다른 꽃집과 비교해 별다른 차별 요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6개월 일정의 꽃꽂이 강의 수강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최근 취업난과 창업 붐 등 일자리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민간자격증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만큼 자격증의 메리트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엔 ‘부실 자격증’에 대한 불만 접수가 매년 1500여 건씩 쌓이고 있다.

법인이나 단체·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자격증은 현재 2만 7500여 건에 달하지만 국가가 공인한 자격은 이 중 100여 건 남짓에 불과하다. 전문성이 담보된 민간자격증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민간자격증은 2014년 6127건이 신규 등록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민간자격증이 구직자와 청년창업자의 심리를 악용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불편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거다. 민간단체 등이 경쟁적으로 자격증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유사한 자격증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이로 인해 자격증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민간자격증의 명칭만 봐도 그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은 195개나 되고 ‘심리운동사’, ‘심리상담지도사’, ‘청소년심리상담사’ 등 유사 명칭까지 포함하면 275개에 이른다. ‘독서지도사’ 자격도 동일 명칭이 83개이고 ‘독서지도상담사’, ‘독서토론지도사’ 등 유사 명칭을 포함하면 236개에 이를 정도다.

또 민간자격증은 출석 80%, 온라인 수강만으로도 취득 가능한 경우가 많아 자격증 자체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어 관리 부실의 과제도 남아 있다.

이 씨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씨는 플로리스트 사범 3급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꽃집 개업·운영은 물론이고 강사로 서는 것에 있어서도 자격증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 했다. 이 씨는 “창업을 결심했을 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자격증 취득의 가치를 높게 봤는데 창업을 하고 나니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4∼8주짜리 해외 플라워스쿨에 다녀오는 게 더 그럴듯해 보였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민간자격증 5개를 취득한 직장인 김 모(38) 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취득했는데 실제 취업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격증 취득 수강생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협회의 주머니만 채워준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가자격, 국가공인민간자격, 일반 민간자격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먼저 자격증 취득을 결정하기 전에 취득하려는 자격증이 국가공인인지 아니면 민간자격인지, 등록조차 안 된 자격증인지를 상세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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