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에 대한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기로 결정하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런 조치로 인해 영어학원들은 때 아닌 학생 모집경쟁을 벌이고 있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현실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내년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시행령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은 전면 중단된다.

현행 정규 교육과정 중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1, 2학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지난 2014년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선행학습을 규정돼 금지된다. 하지만 당시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학부모들이 방과 후 교실 대신 영어학원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내년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허용했지만 이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는 정책의 신뢰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계획대로 금지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교육계 안팎의 파장은 적지 않다. 당장 학원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의 영어를 가르칠 수 있어 좋았던 학부모들은 비싼 학원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일 수밖에 없다. 또한 방과 후 영어교사들의 대량 실직도 우려된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사설 영어학원들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발표되자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유명한 영어학원들은 이미 정원을 넘어서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이 같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영어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과정이 시작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물론 법 시행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제정된 것은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사설학원들만 배불린다면 문제가 아닌가. 더구나 대다수 1, 2학년 학부모들이 방과 후 영어 수업의 지속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교육부는 법규에만 매달리지 말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무엇이 좋은 정책인지 고민하고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은 법률을 시행하는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를 현실에 맞게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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