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국회는 국회의원 보좌진을 현행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국회의원 월급(세비)을 2.6% 올리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올리겠다는 것이다. 의원 월급이 1억 3796만 원에서 1억 4000만 원이 된다. 나라의 사정이나 서민경제를 고려 해봐도 이래서는 안 될 일인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여야가 따로 없다. 의원 특권 줄이기에는 그토록 미적거리면서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제 밥그릇 늘리기에는 놀랍도록 신속하게 합의하고 재빠르게 처리해버린 것이다. 보좌진을 1명 늘린다는 것은 국회 공무원을 일시에 300명 증원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국회에서 공무원 증원 문제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을 하고 있는 와중에 자신들의 보좌관 늘리기는 소리 소문 없이 하루아침에 처리해버렸다.

보좌진 증원을 위해 비공개로 열렸던 국회 운영위 소위 속기록을 보면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진다. 바꿀 때는 제대로 바꾸자.”, “국회의원이 3D 업종 중 하나인데 국민 눈치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당당하자.”는 의원들의 발언이 나온다. 이 속기록 내용이 공개됐는데도 그 법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며칠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이 실제로 잊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의원들이 이럴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3D업종이면 그만두면 된다. 왜 기를 쓰고 당선되려고 하는가. 3D가 아니라 웰빙 직업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보좌진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국회에는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라는 의원 정책 보좌 기구가 대규모로 존재한다. 일본의 경우 기존 2명에서 정책담당 비서가 몇 년 전에 추가돼 3명이다. 유럽국가는 보좌관이 없고 그냥 국회의원이 몸으로 뛰거나 필요에 따라 공동으로 사용하는 타이피스트만 두고 있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의 경우, 개인비서도 없고 개인보좌관제도도 없다. 다만 필요에 따라 보좌관을 고용할 수 있는 지원경비가 우리 돈으로 1억 원 정도다. 유럽 의회는 비서 1명이 의원 2명을 보좌한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 때 경쟁적으로 세비 삭감을 약속했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후보자 40명은 공약 실천이 안 되면 1년치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세비 30% 삭감, 국민의당은 세비 25% 삭감을 제시했다. 하지만 세비 반납과 삭감은 없었고 오히려 인상을 하려하고 있다. 경제력이 OECD 하위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월급 수준은 상위권에 속한다. OECD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우리 국회의원 월급은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3위다. 2015년을 기준으로 각국 국회의원 월급 대비 ‘의회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우리 국회는 OECD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용차도 없고 의원 두 명당 한 명의 비서가 있는 스웨덴(2위)·덴마크(5위) 등 유럽 의회의 순위는 높았다. 국회의원들의 월급이 부족해서 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월급을 충분히 주고 있는데도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받은 만큼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이 얼마만큼의 돈을 가져가는지, 얼마만큼의 특혜를 가져가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받은 만큼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가에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그러나 과연 봉사정신을 실천하고 있는지는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 지난해 가을 우리 국민은 불통·무능·부패한 대통령을 촛불로 끌어내렸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 이들이 국민을 위한 활동을 얼마나 했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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