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신두리 바닷가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뿔논병아리가 10년 전 그날의 아픔을 곱씹게 한다. 2007년 12월 8일 최예용 씨 촬영. 환경운동연합 제공

 

‘기억하십니까? 검은 기름을 흠뻑 뒤집어쓴 채 죽어간 뿔논병아리를….’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를 흉물스러운 기름띠로 뒤덮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대한민국 최악의 유류오염 환경참사로 기록된 이날의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관련기사 15면

당시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물산 소속 크레인 부선 ‘삼성1호’를 예인선이 끌고가던 중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 유조선 탱크에 있던 7만 8918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됐다. 이로 인해 태안·서산의 양식장·어장 등 8000여㏊가 원유에 오염돼 어패류가 폐사했고, 짙은 기름띠는 만리포·천리포·모항·안흥항과 가로림만·천수만·안면도까지 유입됐다.

타르 찌꺼기는 안면도와 전북 군산 앞바다까지 밀려갔고, 이듬해 1월에는 전남 진도·해남과 제주 추자도 해안에서도 발견되기도 했다. 전국에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서해안을 찾아 기름제거작업을 도우며 한마음으로 환경 복원을 위해 일손을 보탰다. 하지만 그날의 충격과 아픔은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주최로 ‘삼성이 저지른 태안 기름유출 환경참사 발생 10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선 유류오염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라며 “정부의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대응방안은 잘 수립돼 있는지 재점검할 것을 요구한다. 언제까지 국민들의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방제체계를 방치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미국 엑손발데즈호(1989년) 사고 후 조간대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20년이 걸린 반면 태안지역 생태계는 자원봉사에 힘입어 5년 만에 회복됐다. 그러나 발암물질인 방향족탄화수소를 다량 함유한 원유는 휘발성이 높아 호흡기를 통해 쉽게 인체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태안유류오염 사고 후 10년간의 주민건강영향 추적조사(태안환경보건센터) 결과, 2009년 이후 태안에서 전립선암(남성)이 154%, 백혈병(여성)이 54% 증가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안 환경참사 10주년을 해양안전 재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며 ▲주요 항구마다 유류오염사고에 즉각 대비할 수 있는 상설 전문방제단을 시급히 설치할 것 ▲유해화학물질(HNS) 운반선을 이중선체화하고, 안전항로를 확보할 것 ▲지진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포항 영일만 이산화탄소 해양지중저장사업을 중지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태안 기름유출참사 상징물품과 기름을 뒤집어 쓴 뿔논병아리 사진 모형, 피해 조류(논병아리·뿔논병아리·바다쇠오리) 박제 실물, 기름오염 현장시료 샘플 등을 전시해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기자회견 후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태안 현장답사 및 워크숍(태안 사고 10년 돌아보기,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검토 등)을 진행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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