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일명 ‘문빠’들로부터 ‘적폐세력’이란 비판을 받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안 지사는 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단법인 4월회(4·19민주이념 계승·발전회) 초청특강에 참석, ‘정당과 의회가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진전한다’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면 집에 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하겠다”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아주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면 싸움을 붙이게 된다”라며 이같이 부연(敷衍)한 안 지사의 속내가 그야말로 ‘복잡미묘’해 보이는 대목이다.

5·9 장미대선 전 ‘선의(善意)’ 발언(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선의로 일을 한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해 보수정권 옹호 논란을 빚음)으로 큰 곤욕을 치렀던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반대 진영에서 제기하는) 이견의 논쟁을 거부해선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혀, 같은 친노(親盧)에 뿌리를 둔 문빠들로부터 ‘적폐세력’으로 공격받는 모욕을 겪었다.

‘지방자치 분권 강화’를 주제로 이달 1일 강북구청에서 열린 특강에서 ‘다음 대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다음 정권에서도 지지를 받아 정권이 재창출되길 바란다. 그 길에 당원으로서 힘을 보태겠다. 제가 ‘선수’로 나와서 뛰는 것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가장 높겠다 싶으면 또 도전하겠다”라며 대권 의지를 숨기지 않았던 안 지사로선 강경한 문빠들의 태도에 그아먈로 치가 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이에 따라 ‘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얘기하겠다’라는 안 지사의 말은 예사롭지 않았고, 현 정권의 이념적 경직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지사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불편해 보이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든 때가 되면 해야 한다”라며 의미심장한 여운도 남겼고, “지금은 같은 당의 같은 팀으로 문 대통령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힘을 모아드려야 한다”라며 표정관리(?)를 했다.

최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대응에 관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최선을 다해 상황을 관리하려고 노력했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진화시키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편, 안 지사는 중앙집권 방식의 국회와 정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 지방분권 필요성을 역설, “정당과 의회와 정부 조직이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지도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찾아 제도를 바꿔야 하고, 자치분권의 나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정파적 싸움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그들이 민주주의 역사에서 무엇에 기여했는가 잘 살피고 그것에 따라 긍정적인 요소들만을 기록하자”라고 제안했고,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대립하는 가치로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매우 왜곡된 역사의식”이라고 지적하며 대선 정국에서처럼 중도보수 진영을 끌어안으려는 태도도 취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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