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가 산회되며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 누구든 잘한 일에 대해선 칭찬해줘야 한다. 더욱이 지역민들의 현안사업 추진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한 주민의 대표가 있다면 그의 노고는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저마다 공치사(功致辭)를 하며 대중의 눈에 ‘생색내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쳐진다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6일 새벽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무섭게 충청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5선의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두 정부에서 무산된 옛 충남도청 부지 국비 매입 예산을 반영시켰고, 호남선 철도 직선화도 최소한 8년을 앞당겼다”라며 “여당 중진으로서의 역할을 십분 발휘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 겸 새 정부의 정책 기틀을 마련한 ‘국민의나라위원장’으로서 국비 확보에도 해결사 역할을 했다”라고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박 의원의 노력으로 숙업사업 추진에 돌파구를 열게 됐다”라는 대전시 반응까지 친절히(?) 달아놓았다.

옛 충남도청 부지 국비 매입 예산의 경우 같은 당 박범계(대전 서구을), 이상민(〃 유성을), 조승래(〃 유성갑) 의원, 자유한국당 이은권(〃 중구), 이장우(〃 동구) 의원 등도 자신의 공로를 알아달라는 식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전지역 의원들뿐 아니라 충남 당진이 지역구인 민주당 어기구 의원마저 “충청권 대표 의원으로서 국회 예결소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막중한 임무를 무난히 수행했다”라는 자화자찬(?)을 하면서 옛 충남도청사 관련 예산 확보를 자신의 공적으로 치켜세웠다.

이처럼 주요 현안 추진에 ‘파란불’이 켜지면 발 빠르게 “내가 했소이다”를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려는 의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난항을 겪을 때, 그간의 지지부진에 대해 “내 책임이요”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애써 모른 체하며 침묵 모드로 일관할 뿐이니, 그야말로 ‘잘된 건 내 탓’, ‘잘못된 것 네 탓’이다.

민선 7기 지방선거가 1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도권 경쟁을 나선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치적 생색내기’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관철시켰다’, ‘이끌어냈다’, ‘반영시켰다’라는 수식어로 수십억에서 수천억 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들을 자신의 치적으로 갖다 붙여 스스로를 일등공신이라고 강조하는 보도자료는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진정한 공로자는 따로 있을 것 같다는 애먼 생각도 갖게 된다.

이와 함께 지역의 ‘경사(慶事)’를 놓고도 여야로 갈려 상대 진영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양상도 되풀이되고 있다.

옛 충남도청 부지 국비 매입에 대해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소위 ‘이명박근혜 정부’로 불리는 보수정권에서의 ‘국비 반영 무산’ 사실을 부각시켰다면,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정부는 당초 내년도 본예산에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은권 의원은 “전 정부에서 단계적으로 예산 편성을 진행했지만, 새 정부 들어 계약금조차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라며 문재인 정부를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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