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동구에서 운영되는 무인편의점. 신성룡 기자

 

기계의 일자리 대체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기계로봇이 인간노동을 대체할 때만 해도 ‘산업의 혁신’ 정도로 이해됐지만 이 같은 첨단기계시스템이 서비스업으로 확산하면서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직업 종사자 중 12.5%는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4년 뒤인 2020년엔 대체율이 41.3%, 2025년엔 70.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저임금 일자리나 단순 반복 노동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기계로봇·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입장에선 고용이 늘겠지만 이 기계·시스템에 의해 사라질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란 얘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건비 부담이 큰 서비스업종의 경우 비싼 임대료, 갑(甲)질 문화 등에 대한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다 보니 애써 외면했던 기계·시스템으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은 올해보다 16.4%나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고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대전 동구의 한 편의점엔 매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없다. 대신 자판기가 인스턴트식품과 모든 생필품을 판매한다. 점주가 하루 한두 번 들러 물건을 정리하고 채워놓기만 하면 된다. 인건비 부담 없이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어 대전·충남지역에서도 이 같은 무인편의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패스트푸드점 역시 무인 주문판매시스템이 주문을 받는 직원을 대신하는 추세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대전의 셀프주유소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 8월 기준 전체 250여 곳 중 100여 곳에 달한다. 대전지역 주유소 10곳 중 4곳이 셀프란 얘기다. 대당 2000만 원하는 셀프 주유기(일반 주유기 500만 원)에 대한 부담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큰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매년 연말연시 아파트경비원 문제가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일도 고착화됐다. 물가인상과 맞물려 관리비는 매년 상승하는데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눈엣가시로 등장하면서 아파트 경비원 감축 시도가 많아진 거다. 무인경비시스템 구축 역시 신설 아파트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기존 아파트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상승 부담이 커지자 경비원 대신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기계·시스템의 역습에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공동체의 미덕도 점차 다시 살아나곤 있지만 기계의 일자리 대체는 서점, 카페, 은행, 빨래방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