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의 변화에 중소기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점에서도,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동의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해 부작용이 크다는 입장에서다. 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의 경제상황 인식 및 정책 의견 자료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현안은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67.3%)와 내수경기 침체 지속 우려(63%)다. 내년이 되면 나가야 할 돈은 크게 늘어나는 데 반해 벌어들일 돈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임금을,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게 중소기업을 이끄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조사결과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드러난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우선 추진돼야 할 경제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정책 변화 부담 완화가 56.3%로 가장 많았다. 또 기술성, 성장성에 의한 금융지원 강화(28%), 중기부의 중소기업 정책 총괄·조정 역할 강화(23.3%)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기술·혁신 역량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기술평가 기반 대출, 보증 등의 기술금융 지원 강화(53.3%)를 꼽았다. 금융기관이 재무제표 위주의 자산건전성 여신 심사나 담보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성과 성장성에 의한 대출·보증 등을 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방문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근로시간 단축의 탄력적 적용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소득주도 성장 선순환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책 시행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폭넓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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