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해양환경 참사로 기록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 10주년을 맞은 7일 태안의 바다생태계가 대부분 원상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충남연구원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 윤종주 전임책임연구원 등 연구진이 발표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 후 10년 동안의 충남 해안환경 변화’(충남정책지도 18호) 보고서를 보면 사고 직후인 2008년 69.2%에 달하는 ‘심각’ 수준의 잔존유징이 서서히 개선돼 2014년 0%를 기록했다.

잔존유징은 유류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해안가에 스며들어 장기간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같은 기간 ‘우려’ 수준의 잔존유징도 17.6%에서 4.13%로 줄어 잔존유징에 의한 해안가오염은 대부분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사고지역에선 장기간에 걸쳐 잔존유징이 나타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주문했다.

종 다양성은 크게 증가했다. 사고 직후 5종이던 대형 저서동물이 57종으로 늘면서 다양성 지수도 0.5에서 3.1로 높아졌다. 저서동물은 바다의 바닥에 깔린 바위나 모래에 사는 산호, 성게, 조개 등을 말하는데 생태계 건강도를 측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연구진은 비오염지역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사고 이전 상태로 회복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수내 총유분(잔류된 기름의 양)은 사고 뒤 해양환경기준보다 무려 730배 높게 나왔으나 2009년 2월 이후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유류에 포함된 오염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는 사고를 전후해 38ppb에서 6만 6430ppb까지 치솟았지만 2013년 이후 서해안 중남부해역 평균값인 103ppb 이하로 떨어졌다. PAHs는 한번 유출되면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고 후 학암포, 구름포, 만리포, 모항 등 연안에 서식하는 이매패류(굴)의 오염도가 40~500배 이상 증가했던 것도 2013년 들어 사고 전 수준을 되찾았다.

연구진은 “해수내 유류오염 회복에는 1년, 퇴적물 유류오염과 잔존유징 회복, 해양생물 내 독성물질 축적 회복에는 2~3년, 저서동물 종수 및 종다양성 회복에는 3~4년 정도 걸렸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유류유출사고가 초래한 태안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는 사고 직후 59%에서 지난해 39%로 크게 줄었다. 태안국립공원 방문목적이 해안탐방인 여행객 비율은 2013년 16.2%까지 감소하다 지난해 49.5%로 대폭 증가했다. 사고지역이 천혜의 해양관광지 이미지를 다시 찾은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윤 책임연구원은 “충남 해양생태계의 우수한 건강성이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빠른 회복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직후 123만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복구활동과 민·관·군의 초기방제 노력도 생태계 복원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규모 해양오염사고 발생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면서 “사고 재발에 대비해 재난대응체계를 재정비하는 한편 방제 참가인력의 위해환경 노출과 관련한 보건환경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