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전시청 앞에 지역의 각종 현안과 관련해 각계의 주장이 담긴 플래카드들이 내걸려 있다. 최 일 기자

 

   
 

‘선장을 잃은 대전이 적폐의 온상이라도 되는 것일까?’

요즘 대전시청 주변은 어수선하다. 시의 수장 자리가 하루아침에 공석이 된 데다 각종 현안과 관련된 수십장의 플래카드들이 시청을 감싸고 있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열성분자(?)들의 농성장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대법원 선고로 권선택 전 시장이 직위를 상실하기 전에도 그랬지만, 시장 낙마 후에 오히려 더 심해진 느낌이다.

   
대전지역 각종 현안과 관련해 시청 주변에 내걸린 플래카드들. 최 일 기자

‘도솔산(월평공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중단하라’, ‘대전 4대강 사업,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강행을 중단하라’, ‘대전시와 세종시 택시 영업구역 통합하라’, ‘사기(詐欺) 택시행정 주도한 공무원 즉각 파면하라. 택시노동자 살 길은 오직 감차(減車)뿐’,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축산 관련 30개 점포 입점시켜라’, ‘구즉동 혐오시설 가동 및 이전계획에 결사반대한다’ 등의 구호로 뒤덮인 시청의 을시년스런 풍경은 마치 온갖 적폐의 온상이자 복마전(伏魔殿)이 대전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시정 최고책임자마저 없는 마당에 ‘떼법’과도 같은 각계의 요구는 분출하고 있고, 시정은 시민과 유리(遊離)돼 겉도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

시장 공백 상황에 민선 7기 지방선거가 1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책임질 사람도 없는데 저렇게 떠들어대야 하나”, “시장이 바뀌면 또 어떻게 바뀌질 모르는데…”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민선 6기 잔여임기까지(내년 6월 말) 시간을 흘려보내자”, “당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몇몇 공무원들이 모이면 차기 시장 후보군을 놓고 저마다 인물평이 한창이고, 지역정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신의 밥줄, 승진줄이 달려있기 때문으로, 어떤 인사가 시장이 돼야 조금이라도 자신의 입지가 유리해질까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이다.

내년 7월부터 새로운 시장이 들어서 시정의 밑그림을 어떻게 펼쳐갈지, 현재로썬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만큼 혼란스럽다. 민선 6기 역점사업이 채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자칫 무산될 수도 있다는 애기들도 나돌고 있으니, 관련 공무원들로선 심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차기 대전시장 후보로 지지하는 SNS 게시물.

 

   
자유한국당 박성효 전 대전시장을 차기 시장 후보로 지지하는 SNS 게시물.

벌써부터 온·오프라인에선 무주공산이 된 시장직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각 진영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세몰이를 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서구을), 자유한국당 박성효 전 시장 등 특정 인물을 차기 시장 적임자로 거론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게시물이 등장하고 있다.

시장 후보군은 각종 행사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비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고, 광역단체장으로 ‘체급’을 올리지를 놓고 목하 고심 중인 구청장들(허태정 유성구정장, 한현택 동구청장)의 결단의 시간도 점점 다가오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