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조금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e나라도움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문화예술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세금을 쓰는 일이기에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방향성엔 십분 공감하지만 채 완성도 되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한 탓에 아직도 현장에선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보조금 등 각종 지원금의 부정수급을 예방하고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에 이용하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 대신 e나라도움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의 핵심은 보조금의 사전 관리다. 기존엔 개인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직접 교부했지만 시스템 도입 이후엔 모든 보조금은 한국재정정보원 예탁 계좌를 거쳐야만 하고 이후 사용자가 전자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등 관련 서류의 증빙 과정 단계를 마친 후에야 보조금 집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시스템 도입 초반부터 시작된 원성이 도입 1년이 다되도록 줄어들지 않고 되레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현장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불만은 시스템 구조 자체가 현장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거다. 기존 NCAS를 사용할 땐 보조금을 통장으로 지급받아 사업 기간 중 지출하고 사후 증빙서류를 첨부해 보고한 뒤 감독·평가를 받았지만 e나라도움시스템은 보조금 집행 계획부터 계좌로 돈을 넘겨받아야 하는 과정도 까다롭고 거래처 입금에 이르는 과정까지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시스템이 관리의 편의만을 강조한 나머지 정부 지원금을 차라리 포기하는 게 속 편하다는 예술인들의 한숨을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거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시스템 도입 1년이 지나가는 데 아직도 사용에 애를 먹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보조금도 억 단위도 아니고 몇백만 원인데 대체 누굴 돕기 위한 시스템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본래 NCAS로 보조금 집행 사업을 관리해 온 지역의 문화재단도 중간에서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시스템에 대한 교육 기회도 많지 않다 보니 사용법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문의가 폭주하는 건 물론 올해 7월에서야 시스템이 완전 개통된 탓에 재단 실무자들조차 시스템이 생소해서다. 재단 관계자는 “시스템 사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원이 많다. 실무자들도 사용하기 낯설다”며 “내년에도 사정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스템을 개발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현재 문체부와 해결책을 논의 중에 있다. 현장 예술인과 단체가 받는 보조금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시스템이 까다롭다는 문제제기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