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12월 2주차 브리핑>

 

댓글 앞에 달린 수상한 ‘옵션 열기’ ... 누구냐 넌?

- 이명박근혜 정권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보수단체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여론공작 활동을 펼친 것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한창인 가운데 이들 ‘댓글부대’가 아직까지 운영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지난 7일 자신이 진행 중인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의 맨 앞에 ‘옵션 열기’라는 표현이 달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댓글부대가 아직도 운영 중이라는 증거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댓글 알바들이 상부로부터 지시받은 글을 복사하면서 상관없는 메뉴까지 복사하다가 잘못 붙인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나아가 “‘옵션열기’라는 문구로 볼 때 댓글부대가 전용 프로그램까지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라고까지 주장했다.

- 이 같은 주장은 즉각 반론에 부딪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시스템적인 문제로 댓글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일종의 에러였을뿐이라는 주장이다. MBN은 김어준이 의혹을 제기한 7일 저녁뉴스를 통해 “해당 포털 측은 자신이 단 댓글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면서 “댓글 모음 옆에 화살표 부분의 이름이 옵션열기다. 그걸 카피했을 때는 옵션열기라고 텍스트로 나가게 되는 것 같다”고 포털 관계자의 해명을 소개한 뒤, “‘옵션열기’란 단어가 있다는 이유로 댓글부대의 공작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한 라디오 방송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우리 사회가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고 김어준의 폭로를 평가절하했다. 이 같은 논조의 비판은 종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급기야 ‘댓글부대 운영 증거’라는 김어준의 폭로는 ‘알고 보니 해프닝’ 수준으로 물타기 되고 있다.

- 그렇다면 ‘옵션열기’는 정말 댓글부대와 아무 관련도 없는 단순 해프닝일까? 그렇지 않다는 의심이 짙다. JTBC가 7일 저녁 ‘비하인드 뉴스’를 통해 정리한 팩트체크에 따르면 ‘옵션 열기’가 나타나는 상황은 1. 오직 네이버에서만 2. 본인이 쓴 댓글을 본인이 직접 복사할 때만 3. 그것도 댓글 본문 앞에 있는 숨은 기호까지 잘못 긁었을 때만 발생하는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본인이 쓴 댓글을 어딘가로 옮기기 위해 복사하는 것도 드문 경우인데, 그것도 댓글 내용만 딱딱 복사하지 못하고 그 위에 있는 부분까지 잘못 긁은 사람이 그렇게나 많고, 하필 그런 문제가 발생한 댓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 김어준 씨도 재차 반격에 나섰다. 그는 다음날 같은 방송에서 “옵션열기 댓글들이 무차별적으로 삭제되고 있다”면서 “개인의 단순 실수면 하필 그 시간에 뉴스공장을 듣다가 한꺼번에 다같이 게시판에 가서 없앴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댓글만 지운 게 아니라 아이디까지 없애고 있다. 어느 개인이 댓글에 옵션열기가 잘못 달렸다고 아이디까지 삭제하느냐”면서 의문을 수위를 높였다. 실제 ‘옵션열기’ 댓글이 많았던 ‘문 대통령 “선제타격으로 전쟁나는 방식 결단코 용납못해”’ 기사의 경우 7일 방송 직전 댓글이 1만 3000여 개였으나 방송 직후 하루 만에 2400여 개의 댓글이 작성자 본인에 의해 삭제됐다. 즉, 이 같은 일사불란함이 오히려 조직적 댓글 개입의 정황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 온라인 커뮤니티도 한 주 내내 이 이슈로 반응이 뜨거웠다. 네티즌들은 “걸린 게 이정도면 안 걸린 건 얼마나 될지? (롤랑세아크)”, “어떻게 아직까지 댓글부대가 운용되고 있죠? 정권도 바뀌었고 댓글 관련자들 다 조사받고 구속되고 하는데?? (pubrock)”, “구속이 안 되었으니 계속 댓글기계를 돌리죠.. 지금도 증거인멸 중일 겁니다. (login)”, “대한민국을 망치는 새로운 열병... option fever (카운셀링)”, “저것들은 뭘하든 허술해서 다 걸림 ㅋㅋ (알앤비)”, “악플 많은 기사엔 50대 이상 비중이 엄청 높아요. 참 이상하죠? (키미 라이코넨)”, “노인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노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불법 계정이겠죠. (IHL_디오라마)”, “연말 최고의 유행어 옵션열기 ㅋㅋ (Clayton Kershaw)”, “결국 그X들이 아직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군요. (미역메소)”, “광속 삭제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댓글부대의 존재가 완전히 증명되었죠. 이젠 개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 (냐옹~~~)” 등등의 댓글을 통해 답답한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 한편 오마이뉴스는 8일 카드뉴스를 통해 “‘옵션열기’ 세력이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 찬양 댓글을 달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을 달다 걸리자 일부러 문재인 지지자인 양 행세를 해서 물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정권은 바뀌었지만 아직 국정농단 세력의 조직적 저항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