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필로티 구조 원룸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4명은 위중한 상태다.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참사로 130여 명이 사상하며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취약성이 드러났음에도 불과 2년 11개월여 만에 또다시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서 아찔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필로티 구조 원룸 건물 주차장서 화재… 12명 중경상

11일 오전 10시 7분경 충남 천안 서북 두정동의 한 원룸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은 119 소방대원이 오전 10시 10분경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지만 건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5대가 전소되는 등 불길이 거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은 첫 신고 후 47분 만에 잡혔다.

화마가 남긴 피해는 컸다. 화재로 발생한 연기가 건물 내에 흘러들어가며 건물 안에 있던 30대 여성 A 씨 등 12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4명은 위중한 상태다.

◆의정부 참사 떠올리게 한 천안 화재 참사

이날 피해가 컸던 한 원인으로 필로티 구조로 된 건물의 입구가 1층 주차장 안쪽에 위치해 1층 주차장(1층 천장 추정)에서 불이 나자 대피와 진입이 어려웠다는 점이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내 있던 사람들이 입구를 통해 탈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에 따르면 중상자 상당수는 건물 내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으며 한 남성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날 천안 화재는 지난 2015년 130여 명이 사상한 의정부 화재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 2015년 1월 5명이 숨지고 129명 부상당한 필로티 구조의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참사 역시 필로티 구조로 인해 화재 당시 대피와 진입이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화재 발생해 건물 내에 있던 주민들이 입구로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건물은 입구가 하나뿐이었다”고 말했다.

◆ ‘원룸건물 1층 천장에서 불꽃이 일었다’는 목격자, 1층 천장 취약한 필로티 건물

경찰과 천안 서북소방서는 ‘원룸건물 1층 천장에서 불꽃이 일었다’는 목격자 진술과 CCTV 등을 토대로 발화지점을 건물 1층 천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화재원인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은 1층 천장부분에 단열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 건물은 외벽에 단열재가 들어가지만, 1층이 비어있는 필로티 건물은 1층 천장에 단열재가 들어간다는 점에서다.

관할 구청에 따르면 이날 화재가 발생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1층 천장에 열경화성수지와 함께 단열재가 들어가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일반 건물은 1층 천장에 단열재를 넣지 않지만 1층이 외부에 뚫려있는 필로티 건물은 1층 천장에 스트로폼 등의 단열재를 쓴다”며 “일반건물에 비해 1층 천장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등은 12일 화재에 대한 합동감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천안=김완주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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