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선물 거래가 개시되면서 급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등해 1900만 원대를 회복했다. 선물거래 개시로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편입돼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게 됨에 따라 비트코인 거래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BTC 당 1906만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지난 8일 우리 정부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방안 소식이 전해지면서 10일까지 1000만 원 가량 급락한 뒤 하루만에 다시 360여 만 원이 반등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낸 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11일(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개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선물거래 개시로 그간 높은 결제 위험 때문에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없었던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재차 투자에 나선 것이다. 선물이란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상품을 주고받기로 약정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은 심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변동성 완화가 기대된다”며 “제도권 편입에 따른 추가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상향 가격 흐름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선 암호화폐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됐지만 시장 자체가 미성숙 단계고 조작·기술적 문제·해킹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선물 가격의 기준이 되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거래소별로 차이가 나는데다 선물거래소가 일부 비트코인 거래소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같은 가격 조작이 거대 선물 시장을 황폐하게 만들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역으로 비트코인 시장이 막대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선물 토대가 되는 현물시장조차 기술적 결함으로 안정장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고 수시로 해킹 등 문제가 발생해 거래가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4억 7000만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을 해킹으로 도둑맞은 뒤 망했고 돈세탁 범죄 혐의가 드러나 문을 닫은 거래소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제도권 거래로 인정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1일 “비트코인과 관련해 거래소를 인가 한다던지 선물거래를 도입하는 등 제도권 거래로의 인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는 비트코인 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줄이는 데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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