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거센 의료계…한발 물러선 복지부

주최 측 추산 3만 명에 달하는 전국 의사들이 문재인케어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13년 영리병원·원격의료 반대 집회 이후 4년 만이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왔지만 정작 이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일명 문재인케어는 그동안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건강보험의 비급여 3800여 개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60%대인 건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거다.

의료계의 반발은 바로 비급여 진료항목의 단계별 급여화에 집중된다. 이들은 “비급여의 급여항목 전환이 이뤄질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부실해져 결국 국민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원가의 69%에 불과한 저수가 체계에 대한 개선 없이 무작정 정부가 보장 항목만 늘리는 건 무리라는 거다. 이와 맞물려 정부 방안대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따른 건보재정의 악화와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로 부담이 적어진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릴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케어가 국민 건강을 바르게 지켜줄 수 있는 길이라면 의사들이 추운 거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등 국민 건강을 위한 전문가집단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데 문재인케어는 구체적인 건강보험 재정 확보 방안이 없는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케어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시민 사이에선 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들고 나온 의료계가 위기의식이 짙어지자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돈을 벌어 온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을 빼앗길 처지에 놓이니 거리로 나왔다는 거다. 시민 김 모(48) 씨는 “의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도 맞지만 정책 자체가 돈 받지 말고 진료하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 비싸게 받고 있는 진료비 부담을 낮추자는 건데 그것도 하기 싫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민숙(39·여)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자고 하는 일인데 자기들만 잘 살겠다고 하는 것 같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의료계가 대규모 집회를 통해 문재인케어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자 보건복지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하며 숨고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부의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있다며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강행이 불가피함을 피력했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거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비대위가 밝힌 대정부 요구사항에 대해 의료계와 조속히 만나 진지한 자세로 대화와 협의하겠다. 국민 건강을 위한 좀 더 좋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게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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