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내년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경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자영업 등 부문에 따라 힘든 한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망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망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올해 3%에 이어 내년 2.9%, KDI는 같은 기간 3.1%에 이어 2.9%를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다소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교역 신장률도 3%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을 보기 위해 우선 우리경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의 경우를 보면 성장률이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6% 중반대를 유지할 것 같다.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강화,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위축될 소지가 있으나 소비심리, 수출선행지수 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고용여건 호조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 수출에 긍적적인 부분도 있다. 일본은 수출호조에 더해 2020년 동경올림픽을 겨냥한 인프라 확충이 예상되고 민간기업의 투자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진국이 안정적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아세안, 인도 등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도 성장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은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인도는 올해 6% 후반대에서 7%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경제도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의 경우 정부의 소비 및 경제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다소 나아질 것 같다. 다만 가계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확대될 소지가 있어 민간소비의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부동산 경기와 연관이 있는 건설투자는 증가율이 크게 낮아질 것 같다. 주거용 건물은 지난해 이후 착공면적, 수주 등 선행지표 부진이 영향을 미치면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 등으로 매매거래가 감소할 경우 주거용 건물건설은 추가로 위축될 수도 있다.

내년에는 우리경제의 부정적인 부분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생산가능인구(15∼64세) 추이를 보면 내년부터 본격 감소한다. 전년에 비해 4만 6000명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감소추세는 2020년을 넘어가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여성 및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질 전망인데 향후 몇 년이 과도기이고 우리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총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게 되면 부동산, 고용, 소비 등 여러 부문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노령화가 진행되면 순환계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최근의 우리경제 회복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부분을 제외하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경제의 양극화인데 경제성장이 높아도 소득이 편중되면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 소비회복 방안으로 소득 확충 혹은 분배 문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채용 등 일자리 확대 정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계의 임금소득이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이 글로벌화돼 있는 만큼 반작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으니 정책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으므로 열린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이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박창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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