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3화, 경주로 수학여행 간 성덕선(혜리). 장기자랑을 앞둔 관광버스 안, 신나게 율동을 따라하던 덕선이가 한 마디 한다.

"아, 우리도 소방차 하지 말고 김완선 할 걸 그랬나? 쟤가 1등할 거 같아."

버스 안은 신나는 댄스음악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고 덕선이의 시선은, '쟤' 댄싱배틀 경쟁상대 최진아(걸그룹 유니콘 전 멤버 위니- 위 사진)에게 꽂혀있다. 진아가 매혹적인 눈빛으로 춤을 추던 그 노래는 리듬 속의 그 춤을. (링크영상 57초쯤부터 살짝 나온다)

한국 록의 전설 신중현이 만들었고 '영원한 디바' 김완선이 불렀다. 1987년 작.

 


#1 김완선

만 17세가 되던 1986년 4월, 산울림의 김창훈이 전곡을 작사/작곡한 1집 '오늘밤'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대한민국 대중 음악계에 아이돌 가수의 개념을 확립하며 댄스 음악의 유행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춤과 퍼포먼스, 의상과 표정 연기 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란 말도 부족할 정도였다.

1년 후 낸 2집은 김창훈이 작사 작곡만이 아니라 프로듀서까지 맡아 만들어진 앨범으로 2년차 징크스 없이 '나홀로 뜰앞에서'와 '리듬 속의 그 춤을'을 히트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2집은 일단 김창훈이 전곡을 만든 버전이 나온 후 수록곡 중 하나인 '충격'이 빠지고 '리듬 속의 그 춤을'이 들어간 다른 버전이 다시 발매되는 형태로 나왔다.

 

#2. 신중현

'리듬 속의 그 춤을'은 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 작품이다. 록 대부의 손에서 어떻게 '댄스곡'이 나오게 되었을까.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신중현은 '님은 먼곳에', '봄비', '미인', '미련', '빗속의 여인' 등 한국 음악계에 길이 남을 명곡을 숱하게 작사·작곡한 뮤지션이다.

신중현은 유신 독재가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 정부에 의해 활동을 금지당했다. 지금은 국민가요가 된 ‘아름다운 강산’이란 노래가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 들어도 시끄러운 음악을 그렇게 ‘조용하던’ 시절에 했으니 퇴폐·폭력이란 지탄을 받은 것”이다. 

유신이 막을 내린 뒤 그도 ‘복권’됐다. 하지만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  

“1980년에 만든 밴드 ‘뮤직 파워’ 멤버가 9명이나 됐잖아요. 먹고살아야 하겠기에 나이트클럽 연주를 계약했지요. 거기서 ‘아름다운 강산’을 연주했더니 웨이터가 와서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더 빠르게 할 수 없냐는 거예요. 시비가 붙었어요. 제가 입이 거칠거든요. 욕설을 해 버리고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한 스테이지만 연주하고 쫓겨난 셈이지요.”

1970년대 박정희의 요구를 거부한 대가로 방송금지를 당하다가 정권이 바뀌고 겨우 해금이 됐지만 록의 시대는 이미 저물어서 음악을 할 수 없어 록의 대부가 나이트클럽에서도 쫓겨날 정도인 상황이었다. 

“일자리 한 군데도 못 잡고 만날 쉬는 날이 연속되는데, 다 때려치우고 있을 때 김완선이란 가수가 나왔어요. 어떻게 또 나를 알아보고 곡을 부탁하길래 춤추기 좋게 만들어서 줬죠." 

김완선의 매니저이자 친이모인 한백희와 김완선이 신중현을 찾아갔고, 신중현은 김완선의 무대를 보고 그 느낌을 가지고 '리듬 속의 그 춤을'을 만들었다.

 


#3 현대음률 속에서

현대음률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너의 새로운 춤에 마음을 뺏긴다오
아름다운 불빛에 신비한 너의 눈은
잃지 않는 매력의 마음을 뺏긴다오
리듬을 춰줘요 리듬을 춰줘요
멋이 넘쳐 흘려요 멈추지 말아줘요
리듬속의 그 춤을.

"어쨌든 당시 흐름에서 댄스음악에 참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내 정신적인 음악은 록음악이었어요. 댄스 음악과는 잘 안맞았죠. '리듬 속의 그 춤을'은, 내가 볼 때 록 뮤직이에요. 단지 반주를 춤추기 좋게 만든 것입니다."

'현대음률', '너의 새로운 춤'은 바뀐 세상의 음악유행, 가버린 록 시대와 댄스음악의 풍미를 압축하고 있다. 심상적인 노랫말은 당시 시대상황과 신중현의 심경을 담고 있는듯하다.

댄스음악이지만 록 같은, 이 노래 발표 5년 후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 초기음악에서도 그 이음새를 들을 수 있다. '리듬 속의 그 춤을' 중간의 강렬한 기타 솔로는 신중현의 아들이자, 시나위 리더인 신대철의 연주다. 

당시 80년대 후반 컴퓨터 음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신중현 또한 컴퓨터 음악을 배워 이곡에 사용하였다. 곡 초반 인트로의 빠른 비트는 '노가다' 성으로 찍어서 표현했다고. 

김완선은 훗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1980년대엔 이렇게 컴퓨터로 찍어서 만든 곡이 없었어요. 제작자이신 이모가 곡을 의뢰했고 신중현 선생님이 당시 컴퓨터를 구입해서 실제로 하나하나 미디를 찍는 걸 배우셨어요. 그런 다음에 '리듬 속의 그 춤을'을 만드신 거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녹음할 때 컴퓨터를 낑낑대고 들고 오시더니 '완선아,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지만 그래도 춤은 출 수 있을 거다'고 하셨죠."

1987년의 김완선

 

#4 마마무의 리듬 속의 그 춤을

16일 방송되는 KBS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 신중현특집 2편에서 '믿듣맘무' 마마무가 '리듬 속의 그 춤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가창력, 퍼포먼스 명불허전 마마무가 30년 전 노래를 또 어떻게 '체화(體化)'할까. 빨려들어갈 것 같은 리듬과 역대급 퍼포먼스, 탄탄한 가창력으로 청중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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