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12월 3주차 브리핑>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도중 중국인 경호인에 의해 폭행 당한 장면을 보도한 jtbc 뉴스의 캡처 화면.

“기레기는 좀 맞아도 돼” … 매맞은 기자들에 싸늘한 온라인 민심

- 팔은 안으로 굽고 ‘인지상정’이라고,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 고난을 당한 국민이 있다면 대체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발생한 샘물교회 피랍사건이 대표적이다. 아프간 현지에서 우리 국민 20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당하고 이 중 1명이 피살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모든 비난은 온전히 그들을 향했다. 여행금지국에 무리하게 출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 그와 유사한 일이 10년이 지난 2017년에 다시 한 번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측 기자 2명이 중국인 경호인에 의해 집단폭행 당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여론은 온전히 피해자인 기자들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식의 냉소까지 흐르고 있다.

-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청와대 출입기자단도 즉각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및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국경없는기자회(RSF), 중국외신기자클럽(FCCC), 국제기자연맹(IFJ) 등도 속속 성명을 내고 규탄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무색하게 정작 국내 여론만이 ‘쌤통이다’ 같은 반응 일색이니 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질 일이다.

- 그렇다면 우리 네티즌들은 왜 기자와 우리 언론을 향해 적대적인 감정을 굳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것일까? 인터넷 세상에서 ‘기자’를 대신해 널리 통용되는 ‘기레기(기자 + 쓰레기)’라는 용어에 답이 있다. 우리 네티즌들은 국내 언론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있음이 극명하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국정원 댓글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세월호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도한 정권에 부역했다는 의심 때문이다. 이 같은 불신은 ‘조중동’과 ‘한경오’라는 용어에서 엿보이듯 진보-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는다.

- 왜 이토록 불신이 쌓였는지는 네티즌들의 댓글에 답이 있다. 오늘의유머, 루리웹, MBL파크, 뽐뿌, 클리앙, 딴지일보 게시판 등 진보성향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건이 처음 보도된 14일 이후 그간 언론의 행태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형광등 100개 운운하던 기레기 수준이 어디 가나? (하야시X)”, “오바마 왔을때 생각난다. 질문있는 기자? 하고 물었더니 꿀먹은 벙어리들. 기레기 때려치우고 붕어빵 장사나 했으면... (마이너스X)”, “박근혜 정권 때는 빨간 옷 입었다고 패션외교라느니 온갖 미사여구로 빨아대더니만, 왜 저래? (Latuni)”, “목줄 걸어서 당길 때는 닳도록 핧더니 주인 바뀌고 목줄 풀어주니까 바로 물어재끼네요. (브로게이머)”, “우리 기자들은 기자질보다. 완장질을 먼저 배워서 그래요 (플랭클린)”, “어떻게든 문재인대통령 방중을 깍아내릴라고 하는게 지금의 언론 아니더냐? 왜 기래기 소리를 듣는지 잘 새겨보라 (공간이)”, “펜은 칼보다 강하다. 권력의 주구, 돈의 논리에 따라 침묵한 니들은 직무유기야 (네리야)”, “기레기는 우리 국민이 아니다. 권력과 돈을 빨아먹는 괴물들이다. (캉하다)”, “지금까지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들 개돼지 취급하면서 조작질하더니만 꼬라지 좀 보라지! (고창식)”, “우리기자님들 이번 방중에 그렇게 많이 몰려가신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취재하는데 정작 보도는 안 해요. 뭐죠? (상상e상)” 등등 댓글 행간마다 불신의 감정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 네티즌들의 이 같은 싸늘한 반응은 우리 언론은 물론 중국 언론까지 당황스럽게 만든 것 같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소개하며 흥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책임을 한국 측에 떠넘김으로 자신들의 안방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속셈이겠지만 언론자유 지수 세계 176위인 중국 언론에게도 꾸짖음을 당하는 우리네 언론 현실이 참담하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