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산봉우리, 남쪽방향 좌측엔 금강줄기가 굽이굽이 거칠 것 없다. 한 가운데 호수공원은 구름바다를 손짓한다.

서쪽엔 용틀임하는 자태의 세종정부청사, 국무총리 공관은 손에 닿을 듯 눈앞에 머문다.

붉은 해의 장엄한 일출. 휘감긴 안개 속에 파고든 한 줌의 빛은 도심 속의 오로라를 연출한다. 자연과 어우러진 수채화의 걸작, 삶의 에너지가 무한 솟는 곳 전월산이다.

세종시민들의 휴식공간 전월산. 시민들은 전월산을 오르내리며 지친 삶을 훌훌 털어내고 심신을 다진다. 그 산 자락 아래 미래의 꿈 ‘세종’을 준비한 청와대와 국회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전월산 자락이 파헤쳐지고 있다. 중장비의 굉음, 신음소리다. 흉한 모습이 엣 자태를 잃었다. 울창했던 수목이 잘려나가고 황톳빛 속살이 가슴시리다. 전원산을 바라본다. 탐욕을 빚은 추한 ‘국정농단’의 잔설(殘雪)이 투영된다.

이곳에 특정종교를 위한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이 들어서자 민심은 겉잡을 수없는 소용돌이다. 여론은 그저 종교적 갈등으로 왜곡,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복도시 특화 공모지침과 다른 건축계획 변경이 허용됐다”며 호된 질타와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이 의원의 발언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행복청)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리의 온상’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 같다.

그렇다. 행복청이 온갖 구실을 붙일 수 있는 ‘마술’의 변형 특화다. 마술이 훌륭한 연출을 눈속임하듯, 변질된 ‘특화’는 온갖 추문을 낳고, 그를 둘러싼 비리 등이 속출한다.

이 의원이 폭로한 특화로 얽힌 비리는 법정싸움을 벌이거나 1년여 동안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사건도 있다.

최초 행복도시 수백 평의 고즈넉한 사찰이 수천, 수만 평을 소유한 대형사찰과 100억대의 혈세까지 충당될 수 있는 기업형(形) 시설까지. 초법적 근거 ‘특화’란 힘이 작동됐다.

당초 고즈넉한 사찰이 특화종교시설로 갈아타는 명분도 ‘특화’라는 구조다. 변질된 특화는 ‘비리의 온상’으로 번식된 매개체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행복청은 지난 2013년 10월 계획된 시나리오, 구체적인 플랜을 내놓는다.

시나리오는 ‘S-1생활권 지구단위계획’이다. 이때가 설계변경 18차례다. ‘S-1지구단위계획’사업전반에 걸친 총론, 즉 법적효력을 갖춘 시행지침이 공표된 것이다.

‘S-1 지구단위계획’은 국가주요기관인 국무총리공관 등 부지에 종교시설부지가 포함되면서부터 복마전(伏魔殿)의 실체가 들어났다.

이렇게 태생된 ‘S-1 종교부지’는 2015년 11월 36차례의 사업계획변경 끝에 특화종교시설용지로 승인 허가됐다.

결론적으로, S-1 생활권 지구단위계획은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을 위한 정교한 시나리오로 ‘특화종교시설’에 맞춰져 있다. 국가주요시설 사업계획은 그저 꿰맞춘 들러리에 불과하다.

부패한 국정농단의 실세, 이들은 세종시민들의 얼과 상징성, 염원 따위는 그저 허공을 지르는 염불에 불과했나보다. 우롱하고 자긍심을 뭉갰다.

시민들과의 협의한 번 없는 일방통행, 일사천리로 진행된 수십억의 혈세투입 등 시민들을 개·돼지로 전락시킨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전월산은 시민들 모두의 것이다. 그것이 기독교이든 불교든 종교적 ‘호불호’의 프레임을 벗어난 것이어야 한다.

종교 갈등으로 호도돼 끝없는 갈등과 분란으로 치닫고 있는 ‘불교문화체험관 건립사업.

이제 후세를 위한 민주정의를 바로 세우기가 절실하다. 적폐청산 T/F 팀이 나서야 하는 확실한 이유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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