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안녕!... 원주민 애절한 ‘눈물’
불교문화체험관 건립소식에 “속았다“ 원망
"세종판 국정농단 적폐청산 절실" 여론 팽배

▲ '그리운 고향이여! 안녕 아! 슬프다. 울고싶다' 세종 전월산자락 엣 양화리 주민들의 애절한 절규. 고향을 떠나는 이들. 그 땅에 특화종교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또 한번 절규한다, 국민은 개돼지라던 국정농단의 실체. 이주민들의 그 땅은 눈물의 땅이다. 사진 2013년 양화리마을 자료캡쳐

“저 땅이 어떤 땅인데. 주민들한테는 땅 한 평 줄 수 없다더니….”
 

끝내 말을 맺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힌 정 모(78·농업) 씨. 삶의 계급장, 이마의 깊은 주름이 안쓰럽다.

세종 전월산에 수개월째 중장비가 동원되고, 산자락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고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는 정씨. “불교문화체험관을 짓는다는 소식에 두 귀를 의심했다”는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 씨를 비롯한 이 마을 원주민들은 60여 세대. 이들은 지난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수도) 신도시 건설을 위한 강제수용으로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 원주민 ‘속았다’ 애절한 눈물

전월산 자락이 품은 이 일대는 전형적 부농 취락구조다. 금강 물줄기와 탁 트인 풍광 등 그야말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이다. 조상대대로 일궈놓은 아름다운 산천, 터전에서 사라졌다.

당시 행정구역은 충남연기군 양화·진의리 일대다. 이곳 원주민들 애환의 시작, 원죄는 ‘사람살기 좋은 마을’에서 비롯됐다.

전월산 자락에는 고즈넉한 석불사(당시 양화리 577-1번지)가 원주민들과 함께 자리 잡았었다. 수용되면서 이 사찰은 대한불교 조계종 종단으로 이양됐다.<최초 개발 계획 922㎡>

뿔뿔이 흩어진 이들은 고향으로 되돌아와 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우선권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이른바 ‘딱지’에 희망을 기댔다.

오매불망 10여 년이 흐른 지금,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주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고향땅에 불교시설인 체험관이 들어온다는 것.

수용 당시 원주민들에게 우선권으로 땅을 주겠다던 약속, ‘딱지’를 철석같이 믿었던 이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속았다”는 외침도 잠깐, 분노의 눈물이 가슴을 적셨다.

이들에게는 10여 년 동안 “국가부지라서 안 된다”며 한사코 거부됐던 고향땅. 꿈속에서 나마 한 번 살 고 싶던 그 땅이다. 이주민들이 하염없이 고대했던 조상대대의 땅,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에 설움이 북받쳤다.

이들은 수용당시 아담했던 석불사 땅 922㎡가 수만 ㎡늘어난 대형 종교시설로, 이 시설을 위해 혈세 수십억이 빠져나가는 어떤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부패한 국가권력이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개·돼지로 전락시킨 때문이다.

◆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에 설움 북받쳐

행복청이 석불사를 수용한 뒤 무려 36회의 사업설계변경을 진행한 것. 수년 동안 특정종교를 위한 초법적 권한행세가 자행된 것이 밝혀졌다. 국가사업을 빙자한 권력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반국가적 행태다. <본보 11월 27일∼10회 연속보도>

초법적으로 진행된 이 ‘특화종교시설’ 부지는 1만 6000㎡로 확장됐다. 부설주차장과 근린신설 수천 평이 ‘옵션’으로, 진입도로 2만 7000㎡ 무상부지, 부지조성 등 수십억이 혈세로 지원됐다.

독실한 불교신자 L 행복청장이 36차까지의 설계변경이 진행되는 이 기간, 이주민들들 손에 쥔 ‘딱지’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주민들에게는 ‘국가부지’임을 내세워 철저히 냉대하고 기만하는 동안, 국가권력을 잡은 국정농단의 실세들이 벌인 복마전(伏魔殿). 그 땅은 원주민들의 애환서린 눈물어린 땅이다.

정부는 국정농단 청산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세종판 전월산 국정농단을 청산하는 데도 ‘촛불민심’이 나서야 할 때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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