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균 모두사랑장애인야학 교장 사재 1천만원 쾌척

오용균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장(왼쪽)이 지난 22일 동계방학식에서 사재 1000만 원을 학교 이전 기금으로 이경희 학생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 일 기자

‘장애인 교육 복지 실현’을 기치로 지난 2001년부터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를 운영해 온 오용균 교장. 중증장애인(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그가 사재 1000만 원을 학교 이전 기금으로 쾌척했다.

대전 서구 갈마동 옛 서구의회 건물에 입주해 있는 모두사랑장애야학은 올해 말로 이곳을 떠나야 할 운명에 처했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어렵사리 탄방동에 새 둥지를 마련했지만, 이전을 앞두고 리모델링에만 6000만~7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돼 학교 측은 고민에 빠졌다.

임대 교사(校舍)에 도배, 칸막이 설치 등으로 교육 공간을 꾸며야 함은 물론 냉난방 설비를 갖춰야 하고, 화장실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손질해야 하는 등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리모델링에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푼이 아쉬운 어려운 상황을 맞아 오 교장은 고심 끝에 1000만 원을 내놓았고, 독지가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지난 22일 갈마동에서의 마지막 동계방학식에서 이경희 학생회장에게 기부금을 전달한 오 교장은 “12년간 깊은 정이 들었던 갈마동을 떠나 내년 1월 17일 탄방동으로 이사를 하고, 2월 5일 개학을 할 예정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데 예산이 부족해 난처한 입장이다. 이런 때 나 먼저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1000만 원 기부를 결심했다. 각박한 세태에도 장애인 학습권 보장에 공감하는 후원자들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라며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길 염원했다.

학생회 역시 “교장 선생님의 기부에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라고 받기만 할 수 없다”라며 벅찬 감회를 쏟아내며, 그간 십시일반 모은 120만 원의 회비를 이전 기금으로 내놓기로 결정했다.

2005년부터 모두사랑장애인야학에서 봉사를 해온 박종호 문해기초반 교사(전 한밭고 교사)는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라며 “장애를 딛고 배움의 기회를 얻어 공부하는 학생들의 앞길에 희망이 열릴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영진 국어교사(전 대신고 교장)는 “군데군데 빈 교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우리 사회의 좋은 일꾼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라며 더 큰 꿈을 향해 도약하는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이 되길 기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