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현실에 지금은 주저않고 싶겠지만 대학생·취준생들 꿈은 포기하지 마세요"

희망은 갖는 자에게만 허락된 소유물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삶이 무미건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절망에 직면한 현실을 대변한다. 희망을 품으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넘어지고 깨지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지만 그래도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우리는 이를 희망이라고 말한다. 좌절의 끝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 그들에게 무술년 새해는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편집자

‘두 번의 퇴학’, ‘사업의 추락’. 그에게도 암흑기는 있었다.

누구나 시련과 좌절을 겪는 법이지만, 그에게는 조금 일찍 찾아왔다. 불만이 잠재해 극단적인 사고와 과격한 감정을 곧잘 갖게 되는 고등학교 시절이 그랬다. 누군가는 이 시절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가. 그에게 방황이 잦았다. 두 번이나 퇴학을 당한 그다. 어디 그때뿐이랴. 살며 고단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방황을 딛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다 사업에 손을 댄 그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넘어졌을지언정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를 있게한 보이지 않는 손은 결국 그 자신이었다. 김영록(60) ㈜금강산업건설 대표의 이야기다.

두 번이나 학교를 나온 그는 탈출구로 군입대를 선택했다.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제대 후 무엇을 할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목원대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법관을 꿈꿨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마침 원자력발전 붐이 일었고, 관련 회사 건설관리팀에 입사했다. 김 대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순간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시야가 트였다.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조그만 건설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걸어보지 않은 길이 녹록할 리 만무했다. 회사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건설업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지인들이 등을 돌렸고, 결국 빚더미에 앉았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그에게 한 줌의 빛이 든 것은 그때였다. 절박한 심정으로 협력업체에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실하게 살아온 덕분일까. 그들이 기회를 주며 숨통을 트게 됐고 이를 밑천삼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금강산업건설은 그렇게 맡돌을 쌓아 지금에 와 있다.

사업 초기 그에겐 꿈이 있었다. 어르신들과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시각장애를 지닌 동생을 바라보며 갖게된 꿈이었다.

그러나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와 직원들을 위해 회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고, 부채를 탕감해가면서 초심은 점점 사라져갔다.

“빚이 없는 회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하다 보니 교만해졌죠. 어느 순간 문득 건방지고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동생은 9년 전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동생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현실에 막혀 접었던 그의 꿈은 다시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적잖은 시련을 겪어온 그를 지탱해 준 것은 아내와 신앙이었다. 아내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언제나 묵묵히 어깨를 두드려 준 아내 덕분에 척박한 현실을 딛고 설 수 있었단다.

지금은 그의 삶의 일부분이 된 봉사활동도 아내와 함께 성당을 다니며 눈을 뜨게 됐다.

“우리는 도움을 받고 살아갑니다. 도움을 받았으니 베풀어야죠. 봉사활동은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의무일 수 있죠. 이름을 걸고 하는 봉사가 아닌 생활 속의 봉사가 진짜 봉사인 겁니다.”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명(知命)을 훌쩍 넘겨 한밭대 건축공학과에 편입해 대학원 졸업을 준비 중이다. 건설업을 하며 느낀 목마름을 학업을 통해 해갈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과 재건축, 리모델링에 강한 건물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학원에서 졸업논문을 발표했는데 교수들로부터 세계학술지에 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콘크리트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달 중 방콕에서 열리는 세계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게 됐다.

그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은 스펙을 쌓고 졸업장을 따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순간순간 쾌락을 추구하기보다는 좀 더 앞을 보고 가야합니다. 그러니 대학에서 과를 선택할 때 미쳐서 할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방황도 많이 했고, 참 힘들었지만 대학생이든 취준생이든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꿈은 꾸는 자의 몫이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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