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순 있겠죠. 하지만 이웃 주민과 더불어 살면서 희망을 함께 키워나간다면 그 희망은 배가 돼 돌아올 겁니다.”

세상이 점차 각박해져가는 가운데 공동체라는 큰 틀보다는 개인의 삶에 가치를 둔 사회상이 보편화되면서 마을 공동체라는 의미와 그 가치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 형성과 맞물려 아파트가 주된 주거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동네공동체는 서서히 무너졌다. 아파트에서 이웃사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단어가 됐다. 층간소음, 주차시비 등 밀집된 울타리 안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분풀이의 각축장이 돼가는 현실이다.
 

공동체라는 인식 자체가 희미해지고 무미건조한 생활상이 지배하는 아파트 공간에선 무자비한 갑질도 넘쳐난다. 아파트 경비원을 하인다루듯 하거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라는 절대권력으로 이들의 일자리를 좌지우지하는 불합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 들어선 입주자 다수의 힘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짜내기도 하는데 이 같은 동네공동체의 상생 시도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웃과 소통하며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동체 생활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관리비 상승이라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입주민과 경비원의 상생을 우선 가치로 두는 아파트 공동체의 모습들을 들여다본다.

 

◆ 함께 더불어 살자는 공동체 의식

2014년 10월 준공된 도안우미린아파트. 이들에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아파트 경비원 관리비 부담도 무섭지 않다.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에도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경비원을 감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입주민과 함께 가족처럼 일해 온 경비원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경비원과 입주민이 함께 짊어지기로 했다. 임금 인상분과 관리비 부담금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거다. 경비원의 휴게시간은 늘게 됐고 입주민은 관리비 인상을 최소화했다. 경비원의 휴게시간 확대로 인해 넓은 아파트 야간 방범활동에 한계가 있는 부분은 입주민들이 도맡기로 했다. 지난해 봄부터 입주민을 중심으로 한 자율방범대가 출범해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치안문제를 책임진다.

구미정 입주자대표회장은 “한 번에 경비원의 임금을 크게 인상해주기엔 아파트 입주민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비원의 임금을 해마다 올려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 내 문제 해결에 대해 입주민의 참여가 적극적인 만큼 이 아파트에선 입주민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다. 골프, 농구, 배드민턴 동호회 등이 활동 중이며 회원수만 해도 200여 명이 넘는다.

또 해당 아파트 부녀회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한 번씩 입주민의 문화생활 영위를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등 입주민 간 단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 회장은 “아파트 부녀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파트의 부녀회는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무료 영화 상영을 하며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정기적으로 여름·겨울 방학에는 맞벌이 부부 아이를 위한 간식 타임, 돌봄 교실, 할로윈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또 외부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입주민으로 구성된 린젤봉사단은 서구봉사단과 연계해 아파트 주변뿐만 아니라 아파트 외부 환경 정화활동도 매달 마지막 토요일마다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 봉사단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채수훈 아파트관리소장은 “우리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 입주민간 커뮤니티 활동이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아파트 공동체라는 것이 입주민이 서로 많이 만나고 소통하고 문화 활동도 같이 해야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단해지는 공동체…축제도 즐기고 봉사도 하고

같은 동네에 위치한 도안아이파크아파트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지난 한 해를 분주하게 보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해 입주민 간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축제를 열고 축제에서 모인 수익금을 전액 불우이웃에게 기탁해 나눔과 상생의 미덕을 실현했다. 입주민으로 구성된 동호회, 입주자대표회의, 자원봉사자 등을 중심으로 한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입주민간 소통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매년 1인 사회가 돼가는 현시대에서 이웃과 소통하면서 공동체 생활 활성화와 더불어 아파트 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입주민을 위한 한마음 대축제, 주부를 위한 EM 치약 만들기, 아이들을 위한 독후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행사는 지난해 5월 20일 열린 ‘한마음 대축제’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축제를 통해 입주민, 인근 아파트, 주택가 입주민이 함께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입주민은 물론 주변 지인들까지도 축제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더해 축제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축제다. 아파트 공동체를 뛰어 넘어 마을 공동체를 부활시키려는 노력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9월 23일에는 알뜰장터 바자회도 열렸다. 아파트 내 각 가정 유휴물품으로 나눔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유휴물품을 필요한 이웃에게 무상제공 또는 저렴하게 판매했다. 물론 행사 모금액 전액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기부했다.

아파트관리소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축제를 열어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해 같은 경우 500여 명 이상이 참여해 약 100만 원 정도를 기부했다. 아파트 내 공동체가 활성화된만큼 입주민 참여가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봄에는 축제, 가을에는 알뜰시장을 열어 수익금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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