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지난해 여야는 국회개헌특위와 정개특위를 합쳐 오는 6월까지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특위를 운영하면서도 합의된 개헌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특위 연장 여부를 놓고 씨름하다가 겨우 미봉책으로 연장안에 합의한 것이다. 개헌특위와 정개특위가 통합된 것은 선거구제 개편도 동시에 논의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은 2월까지 개헌안을 마무리해 6·13지방선거에서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6월까지 개헌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시한을 못 박지 말고 지방선거와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국가운영 기틀을 만드는 개헌마저 여야가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개헌은 권력구조를 포함해 국가의 기본질서를 변경하는 것이어서 이것이 미치는 폭발력은 가히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 여야합의로 독재를 방지하고 국민에게 정부선택권을 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민주화가 무르익은 지금 상황에 맞지 않아 개정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다. 5년 단임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해 그동안 6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을 갖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제대로 잘하는 대통령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5년 단임제라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개헌이 미치는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개헌 추진을 위해서는 개헌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헌을 둘러싼 모든 정보를 공유한 상태에서 합리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뒷받침할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작업일 수 있지만 이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개헌 이후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개헌 작업은 반드시 투명하고 공정한 토론 위에서 기틀을 잡고 국민적 지지를 담보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지고 성숙한 발전을 담보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은 현행 헌법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점검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과 남북관계, 국제적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 30년 만에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개헌인 만큼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강화, 권력구조 개편 등 그동안 제기돼 왔던 모든 이슈들을 점검하고 담아내야 한다.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대통령의 당선을 막고 후보가 난립하는 경우 소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결선투표를 도입하거나 적어도 유효 투표수의 4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나 단임 규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한반도의 핵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정세변화에 대응하고 장래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와 정책 개방성에 비춰 사회·경제 질서에 관한 헌법 규정 정비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처럼 쿠데타나 장기집권 야욕, 촛불혁명과 같은 비상상황이 아닌 평상의 이성에 바탕을 두고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문제를 차분히 점검해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이상적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은 시대 변화를 담아내고 미래를 지향하는 방향타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 지지와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리당략을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면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국력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개헌문제는 나라의 기본 틀을 새로 세우는 중대한 작업이며 한국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개헌논의를 둘러싸고 혼란과 대립이 있어서는 안 된다. 상생의 정치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18대 국회는 국민의 지상명령이자 시대정신의 흐름인 민주적 개헌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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