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면 손해…거리에 버린 검은 양심
과태료 부과에도 불법 쓰레기·담배꽁초 투기 여전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수백년간에 걸쳐 이뤄낸 산업화와 민주화를 불과 수십년만에 달성했거나 근접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놀라운 기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시민 의식은 아직 선진화 됐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 의식 개선은 경제발전 등과는 다른 질감을 갖기 때문이다. 보다 긴 시간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더구나 국가 주도로도, 특정 리더십으로도 숙성을 단축시킬 수 없다. 이에 본보는 2018년 새해 벽두 성숙한 시민의식 조성하기 위한 방안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단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상. 기초질서 지키자(교통 질서)<1월 2일자 기사보기>
중. 도시청결 하게 만들기
하. 함께 만드는 대전시
 

대전 서구 갈마동 원룸지역에서 살고 있는 김지영(31·여) 씨는 무단 쓰레기 투기를 습관처럼 일삼았다. 죄책감보다는 ‘남들도 다 하는데’라며 위안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지서 한 장이 날아왔다. 다름 아닌 불법 쓰레기 과태료였다. 봉투에 함께 버렸던 택배 운송장 속 개인정보로 불법 투기가 발각된 것이다. 김 씨는 다시는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개인정보가 담긴 운송장·영수증·고지서 등은 쏙 빼놓은 채 쓰레기를 버렸고 그것은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되고 있다.

‘나하나 쯤’이라는 생각으로 사회적 비용이 심각하게 초래되는 또 하나의 부분은 ‘환경’이다. 담배꽁초 등 불법 쓰레기 투기 금지, 쓰레기 혼합배출(음식물과 일반 쓰레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음식물쓰레기다. 실제로 원룸단지에서는 개인 음식물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그렇다면 그 많은 음식물은 어디로 담겨 버려질까. 그나마 양심이 있는 이들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그것도 아니면 어김없이 검정 비닐봉투 행이다. 무단 쓰레기 근절을 위해 대전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cctv 설치, 신고포상제 등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몇백 원 하는 종량제 봉투 값을 아끼려는 얄팍한 생각이나 혹은 그저 귀찮아서 비닐통투 등에 투기하는 음식물 쓰레기 재처리 비용은 상당하다.

김 씨는 “과태료를 납부한 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원룸 앞에 모여있는 쓰레기들을 보다보면 나혼자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들 이렇게 한다는 이유로 그냥 별 생각 없이 동참하는 느낌”이라고 나름 해명했다.

길가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문제다. 금연구역이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인근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길거리의 담배꽁초가 줄어들 것처럼 기대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

직장인 박진용(34) 씨는 “요즘 길거리 흡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보니 주로 이동 중에 차안에서 태우게 된다”며 “흡연구역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차안에서 피우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버리게 된다”고 멋쩍게 말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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