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 정치학 박사

 

대한민국에는 삶이 너무 힘들다며 가슴을 치며 절망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10여 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8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경험자가 널려있는 현실은 자살률의 호전을 상당기간 기대하기 어려움을 예고한다.

이 나라가 행복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은 불문가지다. UN자문기구인 UN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조사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은 56위에 머물렀다. 아시아의 싱가포르,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도 뒤져있다. 한국은 ‘삶의 질 지수’에서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 OECD의 ‘2017 삶의 질’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38개국 중 29위다.

한국은 경제력 면에서는 엄연히 선진국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바로 경제관련 사안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가계·기업·국가의 과도한 부채, 저출산·고령화, 내수부진 등이 그것이다, 이런 문제의 중심에는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양극화 심화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커진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은, 가계 소득과 기업 소득 간 불균형이다.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과 국가의 성장은 괄목한 만한 것이었으나 가계 성장은 보잘 것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바닥권이다.

양극화 심화의 또 다른 원인은 과도한 주거비·교육비 부담, 재분배 미흡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입이 기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일자리의 질 역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연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대부분의 장년층도 아예 손을 놓고 있거나 질 낮은 고용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삶의 질 역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중산층 무너지는 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2014년 중위 소득계층이 하위 소득계층으로 떨어진 비중이 45.5%에 달했다. 우리나라 부의 불평등은 상위 10%가 전체 부(富)의 66%를 보유할 정도로 극심하고, 이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고 우울증과 이혼, 자살, 살인 등 건강·사회적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서리라는 관측이다.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넘는 ‘30-50 클럽’의 일곱 번째 가입국이 된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시작될 것인가. 기대하고 응원하고 싶다. 그러나 조급증은 금물이다.

삶의 질 향상의 근본 해법은 사실상 양극화 해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 양극화 해소는 워낙 복잡한 만큼 대책은 치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지속적인 추진이 필수적이다. 보여주기나 성과 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설익은 정책들을 내놓고 뚝딱 해치우려했다간 안 하니만 못하다. 최근 논란에 휩싸인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대체 공휴일 확대 문제 등을 보면 준비가 덜 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한 예로, 시급 7530원의 최저임금 시행으로 주유소는 직원을 줄여 셀프 주유로 바꾸고, 음식점과 중소기업은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며, 숙박업체는 정식 고용인력을 줄이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되레 독이 되는 아이러니다.

정부는 경제적 차원의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지만 이젠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 가치는 별도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 삶의 질 향상은 그래서 워낙 광범위한 주제다. 그런 만큼 사회적 대타협과 동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통령과 지도층, 경제주체 등의 탁월한 리더십과 시민의 협조·참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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