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대전글꽃초 교사

 

'방학'이란 말, 듣기만 해도 그저 웃음이 절로 나고 마음이 벅차오르는 단어이다. 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자, 행복이 바로 방학 아닌가! 한 학기 함께 열심히 땀 흘린 뒤, 찾아오는 30여 일간의 겨울방학이 시작하는 날, 스물아홉명의 글꽃둥이들의 분주한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방학하니 너무 신나지?, 즐겁지?” 나는 물으나마나한 질문을 장난스레 아이들에게 던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요, 방학 하면 더 바빠요.”“맞아요, 오늘부터 방학특강도 가야하고, 오후엔 더 늦게 와요. 학교 다닐 때가 더 좋아요.”

야물딱지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대답이 교사인 나에게 묵직하게 남아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우리네 방학은 동그란 생활계획표에 공부시간, 자유시간, 꿈나라를 그려가며 내게 주어진 쉼과 여유 속에서 그 의미가 있었다. 때론 게으르게 늦잠도 자고, 계획표가 무색할 만큼 지켜지지 않아도, 어쩌다 부모님과 나들이라도 가는 날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알차다고 말할 수 있는 소소한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길어진 방학으로 사교육비 쑥쑥’, ‘겨울방학 학원특강 인기’…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보여주듯, 방학은 또 다른 학습의 연장이고, 공교육이 없는 시간을 사교육으로 채우려는 안타까운 현실이 당연해진 요즘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방학의 의미는 무엇이고, 과연 어떻게 지내는 것이 알찬 방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교육학용어사전에서 방학은 ‘학생의 건전한 발달을 위한 심신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서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 라고 정의하고 있다. 바로 ‘방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 또한 그러하다. 放 ‘놓을 방’, 學 ‘배울 학’, 배움을 잠깐 놓아두는 것이 방학인 것을 우리 아이들이 누렸으면 하는 당연한 소망을 해본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혜민 스님의 책에서의 한 부분이 마음을 두드린다.

'살짝 노는 듯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사실, 일은 능률적으로 잘합니다. 열심히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일의 즐거움 없이 스트레스로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학업도 그럴 것이다. 잠깐 하는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학업을 해야 하는 출발선의 우리 아이들에게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쉼을 가르쳐 주고 싶다. 방학을 통해 시간을 채워가며 공부만 하는 것이 지성이 아니라, 쉼과 여유를 통해 다른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공감하며 함께 느낄 줄 아는 것도 바로 지성임을 아는 방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방학을 통해 공부가 목표가 아니라 그저 배움을 즐기는 도구일 뿐,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새로운 경험들 속에서 배움을 즐기는 시간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열심히 공부한 한 학기가 있기에 쉼이 있는 방학이 소중하고, 또 쉼이 있는 방학을 통해 다음 한 학기 열심히 도전할 수 있는 우리반 글꽃둥이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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