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의지를 불태울 시기지만 취업에 대한 의지보다 주변의 시선과 기대 때문에 겉으로만 취업을 준비하는 척 하는 일명 ‘쇼윈도 취준생’도 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상태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절실함이 없는 쇼윈도 취준생이 2016년 기준 약 93만 4000명에 달한다.

이 중 일을 하지도, 가사·육아조차 하지 않는 청년은 약 60만 6000명이다. 고학력인 대졸 취준생은 약 23만 7000명이다. 이들은 청년 전체 인구(940만 명)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2008년(76만 2000명)과 비교해 10년 만에 17만 명 이상 늘었다.

이런 현상은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7.5%였던 청년실업률은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2016년엔 1999년 이후 최고치인 9.8%를 기록했다. 특히 백수라고 생각하기 쉬운 취준생들은 통계상 실업 상태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청년 실업률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고학력화 된 취준생의 취업난이 장기화 되면서 포기상태에 내몰린 쇼윈도 취준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취업 나이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는 탓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현재 신입으로 취업하기에 적정 연령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신입 구직자들 중 59.1%가 ‘이미 지난 것 같다’라고 답했으며, 적정연령을 넘겨서까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로는 ‘취업난으로 구직기간이 길어져서’(24.5%)를 첫 번째로 꼽았다. 더불어 이들 중 88.1%가 나이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취준생의 문제 중 하나가 고학력인 것을 볼 때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능력 부족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매년 고학력 취준생들이 사회로 나오지만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채용시장에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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